앵커: 미국 정부가 북한 주민의 인권을 유린한 혐의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을 포함해 고위인사 15명과 기관 8곳을 제재하기로 6일 결정했습니다. 미국 정부가 인권유린 혐의로 북한 최고 지도자를 제재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북한 현안과 관련, 전문가 견해를 들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선 북한 관련 웹사이트 운영자이자 북한인권 활동가인 조슈어 스탠튼 (Joshua Stanton) 변호사 견해를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입니다.
기자: 미국 정부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를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그 의미를 어떻게 봅니까?
스탠튼: 실은 이 같은 조치가 김정일이 살아있을 때 취해져야 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한편으론 환영할 일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늦은 감이 있습니다. 우린 유대인을 잔혹하게 다룬 독일 나치 정권이 운영한 것과 같은 세계 최악의 수용소를 북한도 오랫동안 운영해왔다는 사실을 지난 10년 이상 알고 있었습니다. 특히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북한이 자국민에 대해 반인륜 범죄를 자행한 사실을 적시한 광범위한 보고서를 2014년 발간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인권상황은 김정은 치하에서 더욱 악화됐습니다. 이번 미국 정부의 결정은 환영하지만 아주 늦게 나온 것입니다.
기자: 하필 왜 이 시점에 미국 정부가 김정은 위원장을 이번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고 봅니까?
스탠튼: 미국 의회가 지난 2월 의회를 통과한 대북제재강화법에 따라 김정은이 반인륜범죄에 책임이 있는지 여부를 명확히 규명하라고 요구했기 때문입니다. 이번 결정은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마이클 커비 위원장이 지난해 강연회에서 김정은이 반인륜 범죄에 책임이 있고, 따라서 인권유린 책임자인 그를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영향을 받았습니다. 당시 북한 정부는 공식 반응은 보이지 않은 채 관영 언론을 통해 커비 위원장에 대해 아주 모욕적이고 거친 반응을 보였습니다.
기자: 존 커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번 결정이 인권유린에 책임을 져야 하는 북한 관리들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지적했는데요. 해당 북한관리들이 이런 경고를 경청할까요?
스탠튼: 지난 몇 년 간 북한 관련 비정부 단체들, 그리고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외부세계 정보, 그리고 해외방송이 전파방해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해외방송 뿐 아니라 동영상물과 휴대용저장장치 USB 등을 통해서도 외부세계 정보가 흘러들고 있습니다. 또 북한과 중국 국경을 넘나드는 무역일꾼들이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외교일꾼들을 통해 정보가 들어갈 수도 있는데요. 미국 정부의 이번 결정 소식도 이런 식으로 고위 관리들에게 흘러들어 가는 것은 물론 산에서 먹을 것을 캐다 장마당에 내다파는 불쌍한 일반 주민들에까지도 전해질 것으로 봅니다.
기자: 일부에선 북한이 미국의 금융체계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제재대상에 오른 인사의 미국 내 재산 동결같은 제재 조치가 과연 실효가 있느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스탠튼: 물론 이번 조치는 상징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미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취했는데 제재를 더 가한다고 무슨 효과가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은 상황을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겁니다. 북한을 안다고 하는 사람들이나 전문가들조차 대북제재 법조문을 꼼꼼히 살펴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에 대해 취한 대통령 행정명령과 대북제재법, 북한을 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한 조치들을 살펴보면 효과가 없다는 주장은 틀린 겁니다. 물론 기존의 대북제재가 과거 이란 등에 대한 제재와 비교할 때 취약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단행한 지난 1월 이후 상황이 크게 변했습니다. 미국 의회가 2월 대북제제강화법을 통과시켰고, 3월엔 유엔안보리가 미 의회의 제재내용을 반영한 강력한 대북제제결의를 통과시켰습니다.
기자: 미국 정부가 이번에 북한 주민의 인권유린에 가담한 고위인사 15명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도 특기할 만 하지요?
스탠튼: 저도 이번에 미국 재무부의 구체적 명단공개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런 노력을 보면 인권유린에 가담한 북한 인사들 명단이 앞으로 더 나올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 제재명단에 탈북자와 북한인권 활동가들을 암살하기 위한 간첩들을 중국과 남한 등으로 보내는 임무를 맡은 정찰총국 실무책임자들의 이름이 밝혀진 것도 기쁜 일니다. 이번 명단을 통해 주민들에 대해 잔혹한 인권유린을 자행한 인물들이 드러난 만큼 미국 정부가 북한을 국가주도 테러국 명단에 다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미국 정부의 이번 조치는 김정은 정권에 더는 인권유린을 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로 볼 수 있겠죠?
스탠튼: 그렇습니다. 이번 조치는 북한 정부에 대해 기존의 인권유린을 답습해선 안 된다는 아주 강력한 상징적 메시지입니다. 이런 메시지는 북한 주민 모두에 결국 전해질 겁니다. 북한은 정부가 주민을 위해 온갖 것을 해주며 전세계가 김정은을 존경한다는 식의 선전으로 주민들을 속였지만 미국 정부의 이번 제재조치는 이런 게 다 거짓임을 드러낸 겁니다. 미국과 한국이 유럽과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까지 이번 제재에 동참시켜 인권유린에 가담한 북한 인사들의 재산동결 조치를 취한다면 그걸로도 북한 주민들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겁니다. 그 메시지란 세계는 북한 지도자를 존경하는 게 아니라 경멸하며, 그의 인권유린 행태를 바꿀 것을 요구한다는 겁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집중 인터뷰> 지금까지 북한 인권활동가 조슈어 스탠튼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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