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이 최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인권유린 혐의로 첫 제재 대상에 올렸지만 북한 당국은 아직 주민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지 않고, 관련 소식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의 북한인권 활동가인 로베르타 코헨 여사는 북한의 그 같은 정보통제는 김 위원장의 정통성이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풀이합니다. 북한 현안과 관련, 전문가의 견해를 살펴보는 '집중 인터뷰' 이 시간에는 비영리 단체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명예의장으로 있는 코헨 여사의 견해를 들어봅니다. 진행에 변창섭 기잡니다.
기자: 미국 정부가 지난 6일 김정은 위원장을 비롯해 개인 15명과 기관 8곳 등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대상에 올린 뒤 북한은 이틀 뒤 외무성 성명을 통해 미국을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지금까지도 관련 소식을 주민들에게 일절 알리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코헨: 우선 미국을 비난한 북한의 반응을 보면 김정은 위원장을 지칭하는 '최고 존엄'이란 말이 최소한 세 번 이상 나옵니다. 북한 당국은 최고 존엄인 김정은이 미국에 의해 '인권 범죄자'로 낙인찍혔다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봅니다. 인권 범죄자로 낙인찍혔다는 사실은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의 정통성은 물론 북한 정권의 정통성이 훼손된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5월 열린 6차 노동당 대회와 곧 이어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이 노동당 위원장과 국무위원장에 각각 추대됐고, 이를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했습니다. 이처럼 김정은이 최고 자리에 오르고 군사 행진을 벌이고 이런저런 정책을 발표했는데 미국이 그를 중대한 인권유린을 범한 범죄자로 지목한 겁니다. 북한 당국은 이런 소식이 주민에 알려져 그의 정통성이 훼손되는 걸 우려하고 있는 겁니다.
기자: 보도를 보면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의 정남혁 연구사는 미국이 김 위원장을 인권유린 혐의로 제재한 것은 과거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하지 않은 것이라면서 미국 오바마 행정부의 이번 조치를 '상식 밖의 행동'이라고 비난했는데요?
코헨: 전 그런 식으로 보지 않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는 2014년 북한이 정권 차원에서 광범위한 인권유린을 자행했다는 보고서를 펴냈습니다. 3백 명 이상의 탈북자와 전문가 증언, 관련 자료에 근거한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북한인권 문제가 유엔 안보리 의제로 채택되고, 총회에서 120개 회원국이 인권유린에 책임있는 북한 인사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할 것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 겁니다. 유엔보고서에서 나왔듯이 북한이 현대사에서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잔혹한 인권 유린을 자행한 나라라는 사실은 국제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기자: 저희 방송이 북한 내부소식통을 인용해 13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미국의 이번 조치가 나온 뒤 일선 사법기관들에게 노골적인 인권유린을 삼가라는 지시를 비밀리에 내렸다고 합니다. 이걸 보면 북한 당국도 이 같은 인권제재 조치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봐야죠?
코헨: 사실 2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온 뒤 북한이 조심한다는 보고가 간헐적으로 들려오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교도소에서 강제낙태가 종전보다 줄었고, 노동 수용소 등에서도 일상적인 고문이 전보다 줄었다는 식의 보고 말입니다. 물론 이게 진짜인지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말씀하신 대로 미국이 이번에 김정은 등을 비롯한 북한 고위인사들의 제재를 발표 뒤 북한 당국이 그런 지시를 내린 게 사실이라면 아주 흥미로운 일입니다. 미국이 이번 제재대상을 발표하면서 인권유린 혐의로 내세운 증거 가운데 하나는 북중 국경지대에서 벌어진 탈북자 피살 건인데요. 이런 일에 가담한 북한 보위원들이 앞으론 이런 일에서 발을 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자: 북한이 겉으론 강력히 반발하면서도 내부적으론 미국의 이번 제재를 심각히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인가요?
코헨: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2014년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인권유린을 규탄하고 최고 지도자를 포함한 책임자들을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할 것을 요구한 결의안이 채택됐을 때 북한이 처음으로 모종의 행동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북한은 국제사회의 이 같은 인권유린 공세를 어떻게 대처할지 몰랐고 불안해했습니다. 제가 보건데 북한의 중간 및 고위층 관리들은 당시 유엔인권보고서에 나와있는 인권유린 행위와 관련해 아마도 자신들의 미래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을 겁니다. 즉 앞으로 북한정권이 언제까지나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자신들의 행위가 인권유린이고 국제법에 위반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겁니다.
기자: 그런 점에서 북한에 대한 이런 식의 인권압박이 북한 정권에겐 다른 어떤 압박수단보다 효과적이겠군요?
코헨: 그렇다고 봅니다. 국제사회의 인권 비판에 개의치 않던 북한 정권이 반응을 보이게 만든 게 바로 이런 인권압박이었습니다. 유엔은 2004년 최초로 대북인권결의를 내놓은 뒤 해마다 결의안 수위가 높였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자국의 최고 지도자를 인권유린 행위자로 지목해 국제형사재판소에 제소하자는 유엔총회 결의가 2014년 나오자 그때서야 비로소 압박을 느끼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반응을 보였습니다.
네,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로베르타 코헨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명예의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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