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하원, 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 전격 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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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하원이 8일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법안을 초당적으로 전격 발의했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를 제작한 미국 소니 영화사에 대한 해킹의 배후로 지목된 북한에 대한 미국 의회의 재제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의회가 개원하자 마자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리기 위한 입법 작업에 나섰습니다.

미국 소니 영화사에 대한 북한의 해킹에 대응한 행정부의 경제분야 제재 강화와 별도로 의회의 대북 압박이 본격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중동•북아프리카 소위원회 일레나 로스-레티넨(공화, 플로리다)위원장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도록 규정한 법안(H.R.204)을 8일 발의했습니다.

하원 외교위원회에 발의된 법안의 정식 명칭은 '2015 북한 제재와 외교 불승인법'입니다.

법안은 제114대 미국 의회가 개원한 지 사흘만에 전격 발의됐습니다.

로스-레티넨 위원장 외에도 맷 새먼(공화, 아리조나) 하원 외교위원회 아시아 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장과 테드 포우(공화, 텍사스) 하원 외교위원회 테러리즘 비확산 무역 소위원회 위원장, 제리 코널리(민주, 버지니아) 하원의원, 스티브 쉐벗(공화, 오하이오) 하원의원 등이 공동 발의자로 초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법안은 지난 해 11월 22일 이뤄진 미국의 소니 픽처스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 북한 정부가 있다는 FBI(연방수사국)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국무부가 법안 제정에 맞춰 즉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도록 규정했습니다.

이어 지난 2일 발동된 백악관 행정명령 등 북한의 소니사 해킹에 대응해 행정부가 취한 일련의 대북 제재 조치를 일일이 나열하면서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재지정의 당위성을 명시했습니다.

이 밖에 지난해 7월 쿠바에서 무기류를 싣고 가다 억류된 북한의 청천강호 사건 등 그동안 북한이 연루된 각종 위법행위 23건 등 총 28항목이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위한 근거로 법안에 언급됐습니다.

법안은 국무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함과 동시에 미국이 대사관과 영사관, 연락사무소 등 북한과 일체의 외교관계 수립을 위해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정함으로써 북미 간 외교관계 수립을 제한했습니다.

다만 미사일과 핵 확산 중단, 테러집단 지원 중단, 달러화 위조 중단, 그리고 정치범 수용소에 대한 조사 허용 등을 북한이 취할 경우 테러지원국 지정을 해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앞서 미국 의회는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포함한 대북 제재 강화 등을 규정한 법안을 초당적으로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법적 요건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국무부를 포함한 행정부가 반대했고 의회 지도부도 입법화에 부담감이 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하원에 이어 상원도 공화당이 장악한 데다 소니 영화사 해킹에 대한 미국 내 여론도 정치권의 강경대응을 요구하고 있는 등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이미 로버트 메넨데스(민주, 뉴저지) 상원 외교위원회 간사가 지난 연말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는 등 한 발 앞서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법안이 하원에서 통과될 경우 상원에서도 통과될 가능성이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입니다.

존 매케인(공화, 아리조나) 상원 군사위원장과 에드 로이스(공화, 캘리포니아) 하원 외교위원장 등도 청문회와 입법을 통해 대북 압박 강화를 공언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의회가 개원하기도 전에 상원, 하원 할 것 없이 의원들이 대북 제재 강화 등 강경한 입장을 앞다퉈 내 놓은 점을 감안하면 법안 통과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습니다.

앞서 로스-레티넨 의원이 2013년 발의했으나 상임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자동 폐기됐습니다.

2009년과 2010년 당시 대북 테러지원국 재지정 법안 발의에 간여했던 데니스 핼핀 전 하원 외교위원회 전문위원은 북한이 테러 지원 행위를 계속해왔다고 지적했습니다.

데니스 핼핀: 북한은 사실 이제껏 테러 지원 행위를 중단한 적이 없습니다. 1987년 대한항공기 폭파 이후 테러 행위에 간여하지 않았다는 국무부의 기존 입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테러지원국 지정에 필요한 법적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는 국무부 입장과 달리 지난해 북한이 테러지원국인 쿠바와 했던 수상한 무기거래 등도 재지정 요건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핼핀 전 전문위원은 오바마 대통령으로선 법안이 통과될 경우 서명할 수밖에 없다며 거부권 행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겁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임기 시작후 지난해까지 단 두 차례만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