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에 정유제품을 넘겨준 홍콩 선박이 한국 정부에 의해 적발됐습니다. 북한 선박으로의 물품 이적 사례가 한국 정부에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여수항에서 정유제품을 싣고 출항한 뒤 북한 배에 몰래 옮겨 실은 외국 선박이 적발됐습니다.
해당 선박의 이름은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로, 대만 소재 기업인 빌리언스벙커그룹이 임대해 사용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배는 지난 10월 11일 여수항에 들어와 일본산 정유제품 만 4천여 톤을 싣고 나흘 뒤인 15일 대만으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목적지인 대만으로 가지 않고 나흘 뒤 동중국해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 1 척을 포함해 모두 4척의 선박에 정유제품을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유제품을 넘겨받은 북한 선박은 삼정 2호로, 한국 정부는 약 600t의 정유제품이 이전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 배가 정유제품을 실은 뒤 북한으로 들어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한국 정부는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가 지난 달 여수항에 다시 입항하자 선박을 억류해 조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5호는 북한 선박으로 물품을 옮겨 싣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다 지난 22일 채택된 2397호는 의심되는 선박에 대한 검색과 동결, 억류를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조사 당시 배에는 중국인 선원 23명과 미얀마인 2명 등 모두 25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현재 이들은 선박과 함께 한국에 억류돼 있는 상태로, 조사가 마무리되면 출국할 예정입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 선박으로의 물품 이적 사례를 적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불법 연결망을 이용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교묘하게 우회한 대표적 사례라고 밝혔습니다.
외교부는 이번 조치와 관련해 정보 입수와 평가, 조사 등 모든 과정에서 미국과 긴밀히 협의했다며 조치 결과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최근 미국 정부는 라이트하우스 윈모어호와 삼정 2호 등 선박 10척에 대해 대북제재 대상에 추가해달라고 유엔 안보리에 요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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