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북 미사일 발사 미국과 담판 대비 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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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오늘(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인선 마무리를 앞두고 자신들의 협상 카드인 ICBM 능력을 고도화함으로써 향후 미국과의 담판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서울에서 김은지 기자가 김동엽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김은지: 교수님 안녕하십니까.

김동엽: 안녕하세요.

김은지: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사흘 만인 오늘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요. 먼저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김동엽: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사흘 만에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한국과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와 함께 독일에서의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발사했다는 측면에서 국제사회에 대한 메시지이자, 일각에서 얘기하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염두에 두는 등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적인 의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의도로,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정세 변화나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자신들이 원하는 수준의 미사일을 개발하고 완성하려는 기술적인 로드맵에 따라 차근차근 추진해나가는 의도가 더욱 크다고 보여집니다. 따라서 확실하게 핵 억지력을 손에 쥐고 기술적인 완성도를 보유한 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협상하겠다는 속내가 이번 미사일 발사의 우선적인 의도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은지: 그렇다면 군사기술적인 측면에서 이번 미사일 발사가 갖는 의미는 어떻게 보십니까?

김동엽: 지금까지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 가운데 가장 멀리 발사한 것이 지난 5월에 발사한 화성-12형이었습니다. 당시 비행시간이 30분, 고도가 2111km, 거리가 787km로, 이는 정상각도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4500km 비행이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발사체의 경우 지난 번보다 시간과 거리, 고도가 상당 부분 높이 올라갔다는 점에서 화성-12형보다 한층 발전된 미사일로, 정상각도로 발사할 경우 8천 km이상 나오는 거리로 볼 수 있습니다. 단순한 화성-12형의 재발사가 아니라 새로운 ICBM이고, 이것이 최대 출력으로 최대 거리를 낸 것이 아니라고 할 경우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새로운 ICBM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북한이 기존의 화성-12형을 넘어선 ICBM을 공개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은지: 향후 북한의 행보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김동엽: 북한은 결국 핵 폭탄을 미국 본토까지 실어 나를 수 있는 ICBM을 보유함으로써 확실한 핵 억지력을 확보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번 ICBM 발사를 통해 핵 억지력을 확보했다고 한다면 핵 억지력과 관련해 기술적인 완성도를 달성한 측면이 있으므로 더 이상 핵과 미사일을 개발할 필요성이 상당 부분 줄어들게 됩니다. 이럴 경우 북한은 모라토리움(핵실험과 미사일 발사의 잠정 중단)을 주장하면서 유예 카드와 협상 카드의 교환을 통해 협상국면으로 들어가 미국으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얻어내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것이 첫 번째 가능성이고, 두 번째는 북한이 가진 안보 위협을 핵을 보유한 채 해결하기 위해 핵 억지력과 자강력을 내세우며, 이를 손에 쥔 채 정면돌파의 승부수를 던지면서 핵 실험이나 미사일을 지속하는 두 가지 가능성 모두 열려 있다고 보여집니다.

김은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로 향후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국면이 한동안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김동엽: 북한이 이번 미사일 발사를 ICBM 발사라고 주장하고 나섬에 따라 국제사회는 지금까지의 제재 이상으로 높은 수위의 제재를 마련하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지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남북관계 진전을 통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북 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상당부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이를 북한의 계산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현재 북한은 남북관계 보다는 미국과의 양자관계 속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만큼, 7월이 다 되도록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나 인선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미국에 대한 자신들의 협상 카드, 즉 ICBM 카드를 고도화, 발전시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대북정책과 인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 같은 긴장국면이나 북한의 도발 국면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면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됩니다. 다만 이러한 압박 국면이 향후'최대의 압박과 관여'를 내세운 미국의 대북정책과 인선을 마치고 준비가 되는 시기에 급격하게 상황 변화가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김은지: 지금까지 북한 군사문제 전문가인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동엽: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