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 예술단 활용해 대북인식 개선하려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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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이 예술단 파견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고 제의한 배경은 북한 대표단의 주축이 예술단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는데요.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예술단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해 가장 먼저 제의한 안건은 북한 예술단의 파견과 관련한 실무 문제였습니다. 북한 선수단이 소규모로 꾸려질 예정인 만큼 이번 대표단의 주축은 예술단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남북이 15일 합의한 '북측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실무접촉 공동보도문'에 따르면 북한이 한국에 파견할 예정인 예술단 '삼지연 관현악단'은 140여 명 규모로 구성됩니다. 예술단의 공연은 강릉과 서울 두곳에서 진행됩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북한이 예술단 방한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선수단 규모는 작기 때문입니다. 예술단 방한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먼저 이와 관련한 회담을 열자고 제의했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도 예술단의 활동을 위한 사전 준비 사항이 많기 때문에 북한 당국이 이를 먼저 논의하자고 제의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 예술단이 한국에서 선전·선동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예술단에 모란봉 악단이 포함돼 이같은 활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결성된 모란봉 악단은 파격적인 무대와 의상으로 주목받은 바 있어 한국 내에서 인지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이번 실무회담의 북한 대표단에 모란봉악단장으로 알려졌던 현송월 관현악단장이 포함됐다는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합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만약 북한 예술단이 (한국에서) 김정은 찬양 노래를 하면 어떻게 될까요. 설사 안 한다고 해도 모란봉 악단의 기교랄까요. 그런 것 때문에 한국 젊은이들이 환성을 보내면 북한에 대한 (한국 내) 인상이 달라질 겁니다. 북한은 한국 젊은이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로 (평창 올림픽을) 이용할 겁니다.

모란봉 악단은 지난 2015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체제 선전과 최고지도자를 찬양하는 내용으로 공연을 펼치려 한 바 있습니다. 이를 중국 당국이 제지하자 일정을 취소하고 돌연 귀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 예술단의 서울 공연 일정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북한의 목적이 단순한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가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강인덕 전 장관은 "많은 한국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공연을 펼쳐 체제 선전과 북한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는 것이 북한의 의도"라고 꼬집었습니다.

오경섭 연구위원도 "과거 북한 응원단이 한국으로 내려와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적이 있다"면서 "특히 지금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올림픽보다 주목받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반면 북한이 이번 실무접촉 인원 상당수를 '관현악단' 관계자들로 내세운 것은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 가요는 정치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에 가요를 빼고 관현악 중심의 공연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관현악단 관계자를 남북 접촉인원으로 내세웠다고 본다"고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