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40여 명의 대규모 북한 예술단이 판문점을 통해 방한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북한이 판문점을 경유지로 제의한 것은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기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남북 당국은 조만간 북한 예술단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와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말 북한군 귀순 사건이 벌어졌던 판문점은 남북 간 고조된 긴장 상태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판문점에서 남북 간 해빙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남북 간 논의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북한은 지난 15일 열린 남북 실무회담에서 예술단 '삼지연 관현악단'의 평창 올림픽 참가 경유지로 판문점을 지목했습니다. 이 때문에 남북 교류 역사상 전례 없던 장면이 판문점에서 연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평창 동계올림픽 참석차 방한하는 '삼지연 관현악단'의 구체적인 이동 경로와 방안은 17일 열리는 남북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통일부 당국자는 16일 기자들과 만나 예술단의 한국 내 이동 방안과 경로는 선수단과 응원단 등 다른 방문단의 이동 경로와 함께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종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예술단의 판문점 경유를 위해 조만간 유엔군 사령부에 관련 협조를 요청할 예정입니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 아직 구체적인 협의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실제 (실무 논의가 진행)되게 되면 (유엔사와) 협의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판문점을 경유지로 선택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의도는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려는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판문점은 남북 분단의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북한은 판문점을 통과하면서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려고 할 겁니다. 북한에 대해 한국과 국제사회의 관심도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남북은 판문점을 통해 다양한 물적 교류를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북한의 대규모 인원이 판문점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입니다.
판문점을 통한 남북 간 인적 교류는 지난 1998년 정주영 당시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소 500마리를 몰고 방북한 사례가 대표적입니다. 분단 이후 처음으로 민간인이 판문점을 통해 북한을 방문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이보다 앞선 1984년에는 북한이 판문점을 통해 한국에 수해 지원물자를 제공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남북교류가 경의선, 동해선 도로 쪽으로 집중되면서 판문점을 통한 인적·물적 교류는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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