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29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완성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75일 동안 군사적 도발을 자제한 북한이 미국과 중국의 대북 공조 기조에 반발해 도발을 재개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지난 7월 4일과 28일 발사한 '화성 14형'보다 발전된 형태라는 것이 한국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발사한 역대 탄도미사일 가운데 최고고도가 가장 높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완성의 핵심인 대기권재진입 기술을 북한이 가졌는지 불투명하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는 북한이 이미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북한 노동미사일의 경우 신뢰도가 높아 수출도 하는데 이 미사일은 대기권 재진입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ICBM이 좀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빠르기 때문에 더 높은 수준의 기술이 필요하지만 북한이 대기권 재진입기술은 이미 확보했다고 봐야 합니다.
김 전 원장은 북한이 29일 정부 성명을 통해 주장한 '초대형중량급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로케트'의 의미에 대해서는 "500kg 이하의 소형 핵탄두뿐만 아니라 그보다 무거운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미국을 핵으로 타격할 수 있다고 선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미·중의 대북공조 기조, 미국의 테러지원국 재지정 등의 움직임이 75일간 군사도발을 중단했던 북한의 도발 명분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특히 쑹타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김정은 위원장 간의 면담 불발은 미·중 공조에 대한 북한의 불만 표현이었다는 관측입니다.
ICBM 시험 발사를 미리 준비해 놓은 북한이 자신들이 원하는 협상 환경이 조성되는지를 관망하다가 도발을 재개했다는 겁니다.
북한이 북·미 협상 국면을 열 수 있는 열쇠로 사실상 '완성단계'의 ICBM을 발사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송대성 전 세종연구소장: ICBM이 완성되지 않으면 미국은 북한을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완벽한 핵무기가 있어야 미국을 위협할 수 있고 그래야 미국과 흥정할 수 있다는 목표가 있었을 겁니다.
그동안 북한이 군사도발을 중단한 것은 중국이 제안한 '쌍중단'을 나름대로 이행했던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쌍중단'은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와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자는 중국의 중재안을 의미합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북한이 그동안) 그 어떤 군사적 도발도 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은 집권이후 나타난 이례적인 현상입니다. 다분히 협상 국면을 염두에 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은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도발의 필요성이 생긴겁니다.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재개하자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군사적 조치'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미국이) 군사적 옵션을 택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습니다. 중국도 현재 단둥, 대련 등지의 기업에 대한 제재를 하고 있는데 이제는 이정도로 끝내지 않을 겁니다. 원유공급 중단도 생각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강 전 장관은 이어 내년 개최되는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출전 여부도 더욱 불투명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도발로 북한의 출전 의지가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겁니다.
강 전 장관은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정부가 북한의 출전을 타진했지만 북한은 대한항공 858기 테러 사건을 벌이고 올림픽에 불참했다"면서 "이번에도 북한은 평창 올림픽 개최에 앞서 도발을 감행하고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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