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김정은 제1비서가 1일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까지 언급하며 관계개선 의지를 나타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의 상당 부분을 남북관계에 할애했습니다. 김 비서는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문별 회담도 할 수 있다"면서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김 비서가 남북 정상회담을 직접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직접 표현을 했다는 점에서 작년 신년사와는 차원이 다르고, 이번 신년사는 남북관계를 풀어가는데 있어서 북측의 적극적 의지를 보다 강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김정은 제1비서의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말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북측이 제시한 조건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남측이 한미 군사연습을 중단하고, "흡수통일" 시도를 포기하며, 핵과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을 중단할 것을 김 비서는 올해 신년사에서 직간접적으로 요구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국책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김정은이 나서서 정상회담을 언급했으니 앞으로 북측은 다양한 차원의 대화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 전문가는 "북측은 예전과 마찬가지로 남측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남북관계를 낙관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지난해에도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했고, 이어서 국방위원회 중대제안과 특별제안 등 남측에 선제적으로 대화를 제안했지만, 한미 군사연습 중단과 대북전단 살포 중단 등을 요구해 당국간 대화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한편, 남측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 신년사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하면서 북측이 "남북간 대화 및 교류에 대해 진전된 자세를 보인데 대해 의미있게 받아들인다"고 평가했습니다.
류 장관은 또 "분단 70년의 최대 비극인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북한이 제기한 최고위급회담을 포함하여 남북간 모든 관심사항에 대해 실질적이고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이러한 입장에서 우리 정부는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간 대화가 개최되기를 기대합니다.
남측 정부는 지난해 8월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을 제안한 데 이어 지난 12월 29일에는 대통령 직속 민관 협력기구인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해 북측에 1월에 대화를 하자고 전격 제의한 바 있습니다.
김정은 제1비서는 집권 2년차인 2013년 1월 1일 처음으로 육성 신년사를 발표했고, 이후 해마다 같은 방법으로 신년사를 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