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측 김정은 위원장이 하루 전 발표한 신년사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죠. 전년도 분야별 평가, 분야별 새해 도전과제 제시, 그리고 대남 분야와 대외 분야의 정책방향 제시 등에서 큰 틀은 유지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는 건데요. 그럼에도 주목할 내용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특히 대남 분야에서 올해는 '통일 투쟁'을 촉구하는 내용이 강조됐는데요. 그 이유를 들어보기 위해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이병순 '안보통일연구회' 체제연구실장을 전화로 만나봤습니다.
박성우: 이병순 실장님, 안녕하십니까.
이병순: 안녕하세요.
박성우: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2017년 김정은 신년사 내용 중 미국과 관련해 가장 눈에 띄는 내용은 무엇이었습니까?
이병순: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과 관련하여 지난해 업적 평가, 금년도 대외분야 및 대남분야 등 세 군데서 직간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언급 배경은 미국의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직접적인 언급을 함으로써 대미전략이나 정책방향이 노출되는 위험을 방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보면, 첫째로 지난해 업적 중 군사부문에서 "제국주의자들의 날로 악랄해지는 핵전쟁 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첫 수소탄 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첨단 무장장비 연구개발 사업이 활발해지고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 사회주의 강국건설 위업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 나갈 수 있는 강위력한 군사적 담보가 마련되었습니다"라고 한 것은 지난해 4차와 5차 핵실험 성공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실험 진전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한 실험 성공을 높이 평가한 것은 북한이 기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과 미국 본토 공격능력을 갖추기 위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하겠다는 것을 대내외에 공개 표명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는 미국 차기 행정부에 대해 핵과 관련한 북한의 대미정책 기준을 선언한 것으로 '핵보유국의 지위'에서 대화와 협상에 나설 것이며 그것이 불가할 경우 최소한 핵과 관련해서는 마이웨이, 즉 '자기의 길'을 갈 것임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대외분야에서 "우리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의 핵위협과 공갈이 계속되는 한, 그리고 우리의 문전 앞에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을 걷어치우지 않는 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라고 한 부분 역시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기 위한 의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부분입니다.
셋째, 대남분야에서 "미국은 조선민족의 통일의지를 똑바로 보고 남조선의 반통일 세력을 동족대결과 전쟁에로 부추기는 민족 이간 술책에 더 이상 매달리지 말아야 하며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할 용단을 내려야합니다"라고 주장한 부분도 북한의 대남전략 3대 투쟁 과제인 '반미, 반정부, 통일' 투쟁 과제 중 하나인 반미투쟁의 소재를 밝힌 것으로, 올해 대남분야 투쟁방향을 언급하면서 나온 표현입니다. 올해는 3대 투쟁 과제의 우선순위를 통일→반정부→반미 순서로 잡고 있으며, 반미투쟁 내용에서 미국을 '반통일 세력'으로 규정하고 '대조선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주장한 것은 처음이 아니며 평소 주장의 되풀이라고 하겠습니다.
박성우: 좀 구체적으로 여쭤보죠. 대남관계와 관련해 주목하신 내용은 무엇인가요?
이병순: 신년사에 담긴 올해 대남 분야의 특징은 과거에 주로 '반미, 반정부' 투쟁 방향을 제시하던 경향에서 벗어나 '통일투쟁' 방향을 먼저 취급하고 내용면에서도 거의 70~8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통일투쟁'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점입니다.
북한의 대남전략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미국의 식민지'이므로 미국의 식민지배로부터 한국을 해방시키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언제나 반미투쟁을 핵심 고리로 삼고 대남전략을 운용하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남전략 원칙에 의해 '반미'를 먼저 언급하고 그 다음 그해의 국내외 정세분석 결과에 따라 '반정부 투쟁'과 '통일투쟁'을 배치하는 데, 올해는 이러한 경향에서 벗어나 '통일투쟁' 방향 제시에 우선성과 비중을 높게 두고 있다는 점에서 왜 '반정부 투쟁'과 '반미투쟁'을 후순위로 미루었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통일투쟁' 방향을 우선적으로 제시하고 내용도 구체적으로 상세히 언급하고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이 해석됩니다. '반미투쟁'에 대한 우선적인 언급이나 상세한 제시는 대북 강경성향의 인물들로 구성될 차기 미 행정부를 북측이 의식하고 있으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체화 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미국에 대한 투쟁방향을 제시하는 데는 미국의 군사적 강압전략의 가중 등 스스로 위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 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반정부 투쟁'을 '통일투쟁'의 후순위로 미룬 것은 한국사회의 장기적인 탄핵정국과 촛불시위 등으로 굳이 상세하고 과격한 '반정부 투쟁'을 앞세우지 않더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해 나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더 나아가 한국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반정부 투쟁' 열기를 '통일투쟁'으로 촉발시켜 대남전략 목표 실현을 위한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 보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평가됩니다.
박성우: 아마 국제사회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여부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일 텐데요. 신년사에 담긴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어떤 전망이 가능한가요?
이병순: 북한의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은 아마도 6, 7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실험 등이 될 것입니다. 6, 7차 핵실험은 "동방의 핵강국, 군사강국 실현" 등에서 북한의 핵포기 불가 입장을 확인할 수 있듯이 반드시 진행할 것이며, 미국의 대북 의지와 관계없이 실험을 추진할 것이나 그 후유증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이 가미될 것으로 보입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은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 국방력 강화를 위한… 사회주의 강국 건설 위업을 승리적으로 전진시켜 나갈 수 있는 위력한 군사적 담보가 마련되었습니다"라는 문구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 의지를 분명하게 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개발 역시 핵 보유국 지위 획득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빼놓을 수 없는 조건이라는 점에서 올해도 그 실험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한 한반도의 안정은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안보와 밀접한 지정학적 위상을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북한의 북방한계선(NLL)과 휴전선 인근에서의 군사적 도발 역시 국제사회를 향한 도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북한의 대남 군사도발 역시 중요한 지역안보 사안이 아닐 수 없다 할 것이므로 매우 긴요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한미 연합훈련이 연중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전력에 대한 북한의 군사 도발도 상황에 따라서는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사태입니다. 이러한 예측의 배경에는 한국의 장기화되고 있는 탄핵정국과 대선정국이라는 정치적 공백기 및 미국의 정권 이양기가 겹치고 있다는 점이 감안되어 있습니다.
박성우: 하나 더 여쭤보겠습니다. 신년사 마지막 부분에는 김정은이 마치 '자아비판'하는 듯한 내용이 나오거든요. 이건 어떻게 해석하셨습니까?
이병순: 김정은은 예년 신년사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 인민을 어떻게 하면 신성히 더 높이 떠받들 수 있겠는가 하는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언제나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해를 보냈는데 올해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 할 결심을 가다듬게 됩니다", "우리 인민을 충직하게 받들어 나가는 인민의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꾼이 될 것을 새해의 이 아침에 엄숙히 맹약하는 바입니다" 등의 김정은 자신에 대한 능력의 평가와 의무 및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내 정권 운영의 전향적인 기미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겸허한 저자세를 표현한 것은 무리한 핵개발에 따른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조치와 지속되는 경제난, 자연재해로 인한 주민 불만의 축적 등 어려운 주민의 생활 처지를 감안하고 한국내 촛불시위 등이 북한사회에 번질 것 등을 우려한 조치일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박성우: 잘 알겠습니다. 김정은의 2017년 신년사에 대한 이병순 실장의 분석을 들어봤습니다. 이 실장님, 오늘 인터뷰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병순: 고맙습니다.
박성우: 지금까지 대학과 사회·연구단체의 학자들 그리고 국가안보 관련 기관 출신 전문가들이 지난해 5월 출범한 학술연구 단체 '안보통일연구회'의 이병순 체제연구실장과 함께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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