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 방안 중 하나로 한국 정부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방송 재개 예정일인 8일은 김정은 제1비서의 생일입니다.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할 것으로 보여 또다시 한반도 정국이 요동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가 7일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8∙25 남북합의'에 대한 "중대 위반"으로 규정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8일부터 전면 재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 결정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에서 내려졌습니다.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북한은 우리와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어제 4차 핵실험을 실시했다고 발표했다"며 "북한의 4차 핵실험은 유엔 안보리 등 국제사회에 대한 약속과 의무를 정면 위배한 것이고 '비정상적 사태'를 규정한 8∙25 남북합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밝혔습니다.
조태용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이에 따라 정부는 1월 8일 정오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기로 결정하였다. 우리 군은 만반의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만일 북한이 도발할 경우 단호하게 응징할 것이다.
이날 오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여부와 관련해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며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군사적 옵션 중에서 대북 확성기만이 전부는 아닙니다. 군사적 대책도 있고 경제적 대책도 있고요. 북한의 핵실험에 관한 대책은 기본적으로 국제적인 제재를 병행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검토할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거듭되는 핵실험으로 인해 악화되는 남한 내 여론 등을 감안해 한국 정부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남측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북측은 "확성기 조준사격" 경고를 포함해 극도의 예민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남측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한 8일은 김정은 제1비서의 생일"이라면서 "최고지도자를 왕 이상으로 절대시하는 북한은 남한의 이번 결정을 '나라의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행위'로 간주하고 초강경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남측 군 당국은 7일 확성기 방송이 실시될 지역에 최고 수준의 경계태세를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의 한 관계자는 "확성기 방송 시설은 엄폐호 안에 있기 때문에 북한군이 타격해도 보호될 수 있다"면서 "북한군의 도발에 즉각 응징할 수 있는 화력도 배치되어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습니다.
남측은 지난해 8월 북측이 비무장지대에서 지뢰 도발을 감행하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한 바 있습니다. 이후 북측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등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남북은 '당국간 회담 개최'와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을 골자로 하는 '8•25 합의'를 맺고 위기 상황을 해소했습니다.
단 당시 합의에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북측이 6일 또다시 핵실험을 단행하자 한국 정부는 이를 '비정상적인 사태'로 해석하고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풀이합니다.
지난 8월 당시 남측 군은 최전방 부대 11곳의 대북 확성기를 하루 8시간씩 가동했습니다. 당시 남측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실시한 것은 11년 만이었습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출력을 최대로 높이면 야간에 약 24km, 주간에는 10여km 떨어진 곳에서도 방송 내용을 정확하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군사분계선(MDL) 인근 북한군 부대는 대부분 이 방송을 들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성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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