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이 호응할 수 있는 대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19일 오전 청와대에서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국가보훈처 등 4개 부처로부터 '통일 준비'를 주제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측 외교안보 분야의 청와대 업무보고가 '안보'에서 '통일'로 무게의 중심이 이동했습니다.
한 해 전에는 업무보고를 국방부 청사에서 할 만큼 '안보'가 국정 운영의 중심축을 이뤄졌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통일, 외교, 국방부 등이 마련한 업무보고의 공동주제 자체가 '통일 준비'입니다. 그만큼 올 한 해 남측 정부의 대북 정책은 통일 기반 조성에 맞춰져 있다는 뜻입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업무보고 이후 가진 기자 설명회에서 "올해는 광복 70주년이자 분단 70년을 맞는 뜻 깊은 해인만큼 통일시대를 개막하는 해로 만는 것을 비전으로 삼고 통일 준비의 실질적 진전을 목표로 설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위한 방법론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앞으로 남북 교류 협력의 질을 높이고 작은 협력부터 이루어 가려면 조속히 남북 간에 통일준비를 위한 실질적인 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박근혜 대통령은 말했습니다. 일단 대화부터 시작해 상호간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 어떤 형식의 대화를 하든 국민의 마음을 모아서 협상을 시작해 나가고 북한이 호응해 올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노력해 주기를 바랍니다.
"북한이 호응해 올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라고 박 대통령이 관계부처 장관들에게 지시한 것과 관련해,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남북대화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굉장히 답답하고, (대화 재개를 위해) 뭔가 당국자들이 노력해달라는 차원으로 이해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류 장관도 "남북간 협력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대화가 재개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일단 대화를 시작해야 북측이 원하는 5.24 대북제재의 해제 문제나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 등은 물론이고,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남북이 함께할 수 있는 사업도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논리입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대화가 재개되면 이산가족 등 인도적 문제를 협의하는 것과 함께 가칭 '광복 70주년 남북 공동 기념 위원회' 구성을 논의하겠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문화 예술 체육 종교 등 다양한 분야의 공동 행사를 북측과 협의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밖에 남측 정부는 남북 관계가 진전됨에 따라 남북 주민간 동질성 강화를 위해 가칭 '남북겨레문화원'을 서울과 평양에 동시 개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평화통일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담은 가칭 '평화통일기반구축법' 제정을 추진하며,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신의주나 나진을 잇는 한반도 종단열차의 시범 운행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남측 정부는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면서도 핵문제 해결이나 안보 중시 같은 대원칙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 당사국으로써 북한 핵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고 통일 과정을 주도해 나가야 하는 만큼 국제사회와 긴밀한 공조 속에서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비핵화 해법을 모색해가면서 북한의 전략적 핵포기 결단을 촉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박 대통령은 "통일 한국이라는 큰 집을 짓는 데에도 안보라는 기본 토대가 튼튼해야 한다"면서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와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한미연합 대응태세를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국방 역량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5.24 대북제재 조치의 해제 문제나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 같은 현안은 언급되지 않았다고 류길재 장관은 말했습니다.
남측 정부는 지난해 8월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데 이어 지난 12월 29일에는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해 북측에 1월에 대화를 하자고 전격 제의한 바 있지만, 북측은 현재까지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북측도 김정은 제1비서의 신년사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하지만, 이 말에는 조건이 붙어 있습니다.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측이 한미 군사연습을 중단하고, 이른바 '제도통일'(흡수통일) 시도를 포기하며, 핵과 인권문제에 대한 비판을 중단할 것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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