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측이 로동신문 등을 동원해 대남 비난을 다시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남측의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면 김정은 제1비서의 신년사는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 로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28일 총 6개면 중 5면 1개면을 모두 할애해 남측을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겨레의 통일 염원을 짓밟는 종북 소동'이나 '친미세력이야말로 첫번째 청산 대상', 그리고 '파쇼독재와 체제대결의 대명사' 같은 기사가 눈에 띕니다.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이래로 대남 비난을 자제하던 북측이 태도 변화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추정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날 로동신문 기사에서 남측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하는 내용은 없었다는 점을 주목합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북한이 대화를 중단하자는 차원은 아닌 걸로 봅니다.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계속 공을 남측에 던지는 행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런 가운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이날 서울에 있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서 열린 국제 학술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면서 북측이 대화의 장에 나오지 않을 경우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에서 제시한 과업은 "공염불"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 지금처럼 조건을 달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올바른 태도가 아닐 것입니다. 이제라도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장으로 나와서 통일로 가는 길에 함께할 것을 촉구합니다.
남측은 지난 12월 대통령 직속 민관 협력기구인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해 북측에 "1월에 대화를 하자"고 제의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북측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과 대북전단 살포 중지, 그리고 5.24 대북제재 해제 등을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요구하며 남측의 제안에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일단 대화가 시작되면 북측이 다루기 원하는 의제를 포함해 폭넓은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류 장관은 "남북대화를 통해 5.24 조치가 해제된다면 활발한 남북교류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한편,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도 27일 "한국은 대화할 준비가 된 것 같은데 북한 쪽에서 조건이나 여건을 붙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리퍼트 대사는 이날 서울에 있는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한국 언론과의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대화의 속도나 범위에 대해 미국은 우려하고 있지 않다"고도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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