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안중근 명예훼손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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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를 공격한 김기종 씨를 북측이 안중근 의사와 비교하자 남한에 있는 광복회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광복회는 9일 성명을 내고 북측이 안중근 의사에 대한 명예훼손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독립운동가를 비롯한 '순국선열'의 뜻을 기리는 광복회가 "안중근 의사를 모독하지 말라"며 북한 당국을 성토하고 나섰습니다.

서울에 있는 광복회는 9일 성명을 내고 리퍼트 대사에 대한 습격은 "있을 수 없는 비열한 일"이며 "비문명 국민의 야만스런 망동"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광복회는 리퍼트 대사를 공격한 김기종 씨를 독립운동가 안중근과 비교한 북측을 비난했습니다.

안홍순 광복회 부회장: 이번 김 씨의 무분별한 테러행위를 옹호하며, 106년 전 동양 침략의 원흉 이등박문을 처단한 안중근 의사의 숭고한 의거와 비교, 김 씨를 미화하는 북한 당국에 대해 안 의사 명예훼손 중단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남한의 국가보훈처도 이날 광복회와 비슷한 내용의 성명을 내놨습니다.

보훈처는 "북한이 대한민국 내 종북세력을 지원하기 위해 민족의 영웅 안중근 의사의 고귀한 이름까지 더럽히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북한이 안중근 의사 명예훼손에 대해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습니다.

독립운동가 안중근은 1907년 연해주로 망명해 의병 운동에 참가했고, 1909년 만주의 하얼빈 역에서 조선 총독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인물입니다.

반미•반일 단체인 '우리마당' 대표인 김기종 씨는 지난 5일 '한미 군사훈련 반대' 등의 이유를 들며 리퍼트 대사를 공격했습니다.

이를 놓고 남측 정치권과 언론은 '한미 동맹에 대한 테러'라고 표현하며 정부에 강력 대처를 주문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법당국은 김 씨가 이적 표현물을 소지했다는 이유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측의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8일 서기국 보도를 통해 남측이 이번 사건을 고의로 북한과 연계시키고 있다며 "전쟁책동을 반대하는 행동이 '테러'라면 안중근 반일애국지사의 의거도 '테러'라고 해야 하는가"라고 되물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통일부도 9일 정례 기자설명회를 통해 북측이 김 씨를 독립운동가 안중근과 비교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 북한이 명백한 폭력 행위인 이번 사건을 '의로운 행동'이라며 독립지사들의 의거에 비유한 것은 애국선열들의 고귀한 희생을 더럽히는 것으로써 통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는 외교사절에 대한 가해행위를 왜곡•두둔한 데 대해 강력하게 규탄하고, 이러한 비이성적 선동을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통일부는 이번 사건에 대한 남측 당국의 "적법한 조치"를 북측이 '반공화국 모략소동'으로 "날조"하는 것은 "도둑이 제 발 저린 격으로써 심히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일부는 "북한은 이번 사건의 왜곡•날조와 무책임한 선동을 즉각 중단하고, 지금이라도 국제사회의 보편적 규범과 상식에 합당한 정상적인 행태가 무엇인지 숙고하여 자숙하기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