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중국과 북한의 외무장관이 25일 라오스에서 회담했습니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가 결정된 이후 이뤄진 북중간 고위급 첫 만남이어서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과 북한의 외교 수장들이 25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계기로 회담을 가졌습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비엔티안의 국립컨벤션센터에 마련된 회의장에서 1시간가량 만났고, 북측 대변인은 양측이 "정상적인 의사소통의 일환"으로 만나 "쌍무관계 발전 문제"를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구체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북중 양측이 ARF 본행사와 별도로 양자회담을 가진 것은 2년 만에 처음입니다. 지난해 말레이시아 회의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등으로 북중 관계가 악화돼 양측 간 공식 회동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지난 8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주한미군 배치 결정에 이어 북중 양측이 가진 첫번째 고위급 회담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 대북 제재 국면에서 형성된 북중 간 균열이 좀 더 완화되면서 북중 협력으로 가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 만남이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이날 북중 외교수장 간의 회동은 전날 라오스에 도착한 리용호 외무상의 첫번째 공개 일정이었습니다. 리 외무상은 베이징에서부터 쿤밍을 거쳐 비엔티안까지 오는 비행기를 왕 외교부장과 모두 동승했습니다. 게다가 두 사람은 숙소도 같습니다. ARF를 계기로 북중 양측이 친밀함을 과시하는 모습입니다.
이번 ARF는 주한미군 사드 배치 결정을 놓고 중국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열리고 있습니다.
중국은 남한에 사드가 배치되면 자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특히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최근 한국 측의 행위는 쌍방의 호상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며 이를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24일 밤 남측 윤병세 외교장관과의 회담에서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윤 장관은 "국가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방어 조치로서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결정했다"면서 "이는 책임있는 정부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외교부 당국자가 말했습니다.
또한 윤 장관은 사드가 중국 등 제3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점을 재차 밝히면서 "사드 배치가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왜 해치지 않는지에 대해 상세하고 당당하게 설명했다"고 이 당국자는 덧붙였습니다.
ARF 회의는 24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진행되며, 남북한은 물론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의 외교수장들이 모두 참석해 북핵 문제를 포함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다양한 현안을 논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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