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을 대북 '지원'보다는 남북 '협력'에 무게의 중심이 실리는 방향으로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상반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통일부는 27일 남북협력기금의 예산 구조를 개편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기존의 구호성 물품 지원에서 개별 협력사업 중심으로 대북 지원 체계를 바꾸는 게 핵심입니다.
이를 위해 통일부는 예산 구조를 기존의 '대북 식량과 비료 지원'에서 '보건의료 협력', '농축산 협력', '산림•환경 협력' 등으로 개편할 방침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하는 대북 모자보건 지원 등이 '개별 협력사업 중심'으로 대북지원 방식을 바꿔나가는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지금 시대 상황은 과거처럼 구호•지원 그런 개념에서 이제는 개발•협력 쪽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북측도 그것을 원하고 있고요. 그런 시대상황과 환경 변화에 맞춰서 우리 기금의 구조도 그에 따라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수의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통일부의 대북지원 예산구조 개편 계획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남북교류 분야 전문가인 김정수 영남대 통일문제연구소 연구원입니다.
김정수 박사: 비유하자면 과거의 지원 방식은 목마른 행인에게 단순하게 물을 지원하던 것이었죠. 그런데 앞으로의 대북 지원 방향은 북한 주민들이 우물을 파서 스스로 개발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설정됐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부와 민간 단체가 대북지원과 관련해 효율적으로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김정수 연구원은 "보건의료, 농축산, 그리고 산림녹화 분야의 대북지원에서는 그간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서 "정부가 앞으로 이들과 어떤 방식으로 역할을 분담할 할 것인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남북협력기금 예산 구조를 '지원'에서 '협력' 사업 중심으로 개편하겠다는 통일부의 이번 계획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남북 당국 간 대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협력 사업이 이뤄지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협력 사업은 남북 당국 간 신뢰가 쌓이고 북한에 기본적인 기반시설이 있을 때 가능하다"면서 "남북 간 불신이 팽배한 현재 상황에서 이 같은 개편은 도움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남북협력기금은 남북 사이의 인적 교류와 경협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되며, 올해 사업비는 1조2천400억 원, 즉 미화로 대략 11억 달러입니다. 이 사업비는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정부가 탄력적으로 집행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이 돈이 모두 쓰이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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