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측 장병 두 명이 비무장지대 내에서 지난 4일 발생한 폭발 사고로 크게 다쳤습니다. 북측이 매설한 지뢰를 밟은 게 이유로 밝혀졌다고 남측 군 당국이 10일 발표했습니다. 응징 차원에서 남측 당국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이 비무장지대(DMZ) 내 남측군 이동 지역에 '목함지뢰'를 매설하는 새로운 형태의 도발을 감행했다고 남측 군 당국이 밝혔습니다.
10일 남측 국방부에 따르면, 지난 4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DMZ 남측 구역에서 두 차례 폭발이 일어나 수색작전에 나선 장병 두 명이 크게 다쳤습니다.
사고 지점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440m 아래 세워진 철책의 통로입니다. 남측 군인들은 이 '통문'을 이용해 군사분계선 쪽으로 진입해 수색활동을 해왔습니다.
이 동선을 알고 있던 북측이 "인명 살상을 목적으로" 군사분계선에서 440m나 남쪽으로 넘어가 지뢰를 매설한 것이라고 남측 군 당국은 설명합니다.
이번 사건은 8.15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발생해 주목됩니다. 한국 정부는 분단과 광복 70주년을 맞이해 박근혜 대통령 경축사를 통해 화해와 협력을 위한 대북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남측 군이 "보복 응징" 의지를 밝히고 있고 이에 북측도 강력 대응할 것으로 보여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남측 합동참모본부는 10일 대북 성명을 내고 "북한이 이번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자를 처벌할 것을 엄명히 촉구한다"면서 "수차례 경고한 대로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에 응당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구홍모 합참 작전부장: 이러한 북한의 도발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한 불가침 합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일 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군대라면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비열한 행위로써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
대북 응징 차원에서 남측 군 당국은 우선적으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서부와 중부 지역 두 지점에서 시작했습니다.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는 건 11년 만입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지난 2004년 6월 남북합의로 중단됐지만, 2010년 3월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정부는 방송 재개 방침을 세우고 접경선 근방 11개 지점에 장비를 설치하는 등 방송 준비를 끝낸 상태였습니다.
한편, 남측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 뉴질랜드, 콜롬비아 등이 참여하는 특별조사반을 꾸렸고, 지난 5일부터 6일 사이 스위스와 스웨덴이 참여한 중립국감독위원회 감독 하에 현장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현장에서 수거한 폭발물의 잔해를 분석한 결과 북한제 목함지뢰와 일치했고 매설 위치와 위장 상태 등을 봤을 때 북한군이 의도적으로 매설했을 가능성이 확실시된다"고 군 당국은 밝혔습니다.
남측 군 당국은 북측의 지뢰 매설을 "비열한 행위"로 규정하고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경고했지만, 대북 확성기 방송 이외에 어떤 추가적인 대응 조치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작년 말부터 DMZ 내에서 지뢰를 매설하는 징후가 포착됐는데도 이에 대비하지 못한 국방부와 합참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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