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방북한 당일인 5일 남한 정부가 북측에 당국간 대화를 제의하는 서한을 보내려 했던 것으로 10일 확인됐습니다. 북측은 이 서한 접수를 거부했습니다.
서울에서 이예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5일 통일부 장관 명의의 서한을 북측 통일전선부장에게 보내 남북 고위급 인사간 회담을 갖고 "상호 관심사에 대해 포괄적으로 협의할 것을 제의하고자 했다"고 통일부가 밝혔습니다.
그러나 북측은 "상부로부터 지시 받은 사항이 없다"면서 10일 아침까지 남측 서한을 수령하지 않았다고 통일부는 덧붙였습니다.
통일부는 "북한이 남북대화를 통해 현안을 해결하고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갈 의지와 진정성이 있는지를 의심케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정부는 우리 당국의 공식적인 대화 제의 서한 전달의사를 밝히고 충분한 검토 시간을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이를 접수조차 하지 않은 것은 남북관계에 대한 초보적인 예의조차 없는 것으로 유감을 표하는 바입니다.
남측이 서한에 담은 내용은 이산가족 상봉, 광복 70주년 남북 공동행사 개최, 경원선 복원, 비무장지대 세계생태평화공원 건립,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등이었다고 통일부는 설명했습니다.
정 대변인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시대를 열어나가기 위해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북한이 하루속히 대화 제의를 받아들여서 남북간 현안을 협의•해결해 나감으로써 남북관계를 개선해 나가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남한 정부가 북측에 서한을 보내려 한 시점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가 북한 방문을 시작한 당일이었다는 점을 놓고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희호 여사의 방북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차원에서 이 여사를 통해 서한을 전달했으면 좋지 않았겠냐는 겁니다.
이와 관련해 정준희 대변인은 "이희호 여사는 개인적으로, 민간 차원에서 방북한 것"이었다면서 "이 여사를 통해 이런 공식적인 문건을 전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왜 하필 5일에 서한을 북측에 보내려 했는지에 대해서도 정 대변인은 "경원선 복원 기공식 시점과 연동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에서 지난 5일 열린 기공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을 강조하면서 "북한은 우리의 진정성을 믿고 용기 있게 남북 화합의 길에 동참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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