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반도 평화 전기 마련해야”

앵커: 남한의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이뤄진 합의가 원활하게 추진돼서 한반도 긴장이 해소되고 평화와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하고 남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함으로써 합의 이행의 첫걸음을 내디뎠습니다.

서울에서 이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 고위급 접촉이 25일 새벽 극적으로 타결된 것과 관련해 "정부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나가면서 다른 한편으로 대화의 문을 열고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 토요일부터 43시간에 걸쳐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 고위급 접촉이 합의문을 도출함으로써 최근 북한의 도발로 시작된 일촉즉발의 군사적 대치 상황이 해소 단계에 접어든 것과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습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북한이 확성기를 통한 심리전 중단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흔들림 없이 원칙을 고수하면서 회담에 임했습니다.

남북간 합의된 '공동 보도문'은 모두 6개항으로 이뤄졌습니다.

우선 북측은 보도문 2항에서 지뢰 도발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했고, 남측은 이를 "사과"로 받아들였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시인과 사과의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한 경우는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이후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남측은 북측이 "재발방지"도 약속한 것으로 간주했습니다. 남측 회담 수석대표로 나선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은 공동 보도문에 "재발방지 약속"이라는 문구가 없다는 지적에 대해 "그것은 3항에 언급된 '비정상적인 사태'와 다 연결돼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공동 보도문 3항에서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모든 확성기 방송을 8월 25일 12시부터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의 지뢰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번에 북한이 자신들의 도발행위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이 앞으로 남북간 신뢰로 모든 문제를 풀어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또한 박 대통령은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이번에 남북이 합의한 구체적인 사업들이 후속 회담 등을 통해 원활하게 추진돼서 남북간에 긴장이 해소되고 한반도 평화와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고 민 대변인은 덧붙였습니다.

한편, 고위급 접촉 합의에 따라 25일 낮 12시부로 남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고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해제했습니다. 남북 모두 합의 이행의 첫걸음을 내디딘 셈입니다.

고위급 접촉 합의에 대한 후속 조치로 남한 정부는 앞으로 남북 당국회담의 정례화와 체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이제 시작됐고 출발이라고 생각한다"며 "(남북 당국간) 대화를 정례화, 체계화하겠다고 (공동 보도문의) 1번에서 얘기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습니다.

'공동 보도문'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이른 시일 내에 개최해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한다"는 내용을 첫 번째 합의사항으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당국회담의 구체적 일정과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회담이 열리면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5.24 대북 제재 해제 문제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고위급 접촉에서 금강산 관광의 재개 문제를 거론했지만 5.24 대북제재 조치에 대한 얘기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한반도에서 고조된 긴장 상황은 북측이 지난 4일 비무장지대 내에서 남측을 상대로 목함지뢰 도발을 가하면서 시작됐습니다. 남측 장병 두 명이 크게 다친 당시 도발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남한 정부는 최전방 지역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11년 만에 재개했습니다.

북측은 남측의 확성기 방송을 문제 삼으며 군사적 대응을 위협했고 20일에는 서부전선에서 남측을 상대로 포격도발을 감행하자 이에 남측도 북측에 포탄 수십발로 대응사격 해 한반도의 긴장 수위가 최고조로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25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극적으로 타결됨에 따라 이제 한반도 정국은 "서울 또는 평양에서" 열리게 될 당국회담의 성과에 따라 관계 진전의 정도를 가늠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