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한 정부는 26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당국회담의 개최를 위한 준비에 착수했습니다. 회담이 개최되면 북한이 원하는 의제인 5.24 대북제재의 해제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통일부는 재확인했습니다.
서울에서 이현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한 정부가 남북 '당국회담'의 체계를 설계하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국간 회담을 정례화하는 게 이 작업의 목표라고 통일부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습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26일 정례 기자 설명회에서 "앞으로 당국회담은 언제, 어떤 급으로 진행되느냐"는 질문에 "현재 준비 중이고, 검토 중이기 때문에 자세히 얘기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양측은 지난 25일 발표한 '공동보도문' 1항에서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남북회담의 체계는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흐트러졌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는 총리급 회담을 필두로 통일부와 국방부 등이 담당하는 장관급 회담과 차관급이 나서는 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 등이 진행됐습니다.
당국회담이 시작되면 5.24 대북제재의 해제 문제처럼 북한이 원하는 의제도 다룰 수 있다는 게 남한 정부의 입장입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 5.24 문제와 관련해서는 당국 간 회담이 열리고 그 하부에서 여러 가지 회담들이 재개되면 거기에서 5.24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북쪽이 제기할 사항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면 그때 가서 충분히 대화로서 다뤄질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다만 통일부는 "천안함 폭침 관련해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5.24 조치를 해제할 수 있다는 정부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책임있는 조치"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는 북한의 사과 또는 유감 표명, 재발 방지 약속, 그리고 책임자 처벌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5.24 대북제재 조치는 천안함 사건 발생 2개월여 뒤인 2010년 5월 24일 실시됐습니다. 주요 내용은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역의 중단, 대북 신규 투자 불허, 인도적 지원을 제외한 대북 지원사업 보류, 북측 선박의 남측 해역 항해 불허, 남측 국민의 방북 불허 등입니다.
한편, 북한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지뢰도발을 "근거 없는 사건"이라고 표현한 것과 관련해 정준희 대변인은 "그 발언에 대해 우리가 구구절절이 얘기하지는 않겠다"며 "합의문에 나와 있는 것이 정답이고 앞으로 북한이 이 합의사항을 잘 이행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황 총정치국장은 25일 조선중앙TV에 나와 "남측이 '근거없는 사건'을 만들어 정세를 긴장시키면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북측이 부인하던 '목함지뢰' 도발을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시인한 데 따른 내부 동요를 무마하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된다는 게 남측 당국자들의 설명입니다.
정준희 대변인은 '북측의 지뢰도발 유감 표명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관례에 따라서 '유감'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이라며 "유감 표현은 당연히 국제적으로 사과로 인정받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양측은 지난 4일 비무장지대 내에서 발생한 북한의 지뢰 도발로 인해 야기된 한반도 긴장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판문점에서 22일부터 고위급 접촉을 시작했으며 4일간 협상 끝에 25일 새벽 6개항의 합의가 담긴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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