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정, 북 비핵화 이후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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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들어 북한이 미국에 평화협정을 맺자는 요구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한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미국과 신뢰를 쌓아 전쟁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 핵 군비 경쟁도 끝낼 수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며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미국과의 평화협정이 맺어지지 않는 한 북한은 핵 무력을 이용해 자위적 국방력을 강화할 수 밖에 없다는 말도 덧붙입니다.

이 같은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요구는 지난 9월 리수용 외무상의 유엔총회 연설 이후 서너 차례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둔 지난 7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와 지난 주말 한미 정상회담 직후 외무성 성명을 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정부의 입장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에 맺은 6자회담 9•19 공동성명에 평화협정 체결 절차와 논의 기구에 대한 대략적인 합의가 이미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19일 남측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북한의 핵 포기 절차가 선행돼야 평화체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 이것은 (평화체제는) 비핵화 문제가 어느 정도 진전된 후에 이어지는 하나의 과정으로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고, 특히 북한이 이야기하는 북미 또는 미북 평화협정의 차원이 아니고 유관 당사국 간의 별도 포럼에서 논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평화협정의 당사자는 미국과 북한 두 나라가 아니라 6.25 전쟁 관련국인 한국, 미국, 중국, 북한 4개국이어야 하며, 이들 모두가 "적절한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갖는다는 게 9•19 공동성명의 합의 내용 중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북측이 평화협정 문제를 최근 들어 반복적으로 제기하는 것은 미국과의 양자회담 재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노림수인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풀이합니다. 실제로 북측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문제는 조미 사이에 우선 원칙적 합의를 보아야 할 문제"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제 핵 보유국임을 주장하며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양자회담을 갖고 평화협정을 맺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 등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포기'를 약속한 2005년 6자회담의 9•19 공동성명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미 양국은 워싱턴 현지시간으로 16일 정상회담에서도 '북한에 관한 한미 공동성명'을 통해 북핵 문제를 '최고의 시급성과 확고한 의지'를 갖고 다루기로 합의하고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비가역적인 북한의 비핵화가 목표임을 재확인했습니다. 북한과 북핵 문제만을 한정해 남한과 미국 정부가 공동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