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2명을 데려가기 위해 최근 평양을 방문했을 때 겪었던 일들을 유력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단독 회견에서 공개했습니다. 15일자로 보도된 이 기사에 따르면, 클래퍼 국장은 평양에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을 만났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이 지난 7일 평양에 도착했을 때, 공항으로 영접나온 북측 인사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었습니다. 클래퍼 국장은 "차에 타자마자 김원홍과 대화를 시작했으며, 공항에서부터 영빈관으로 가는 45분은 끝이 없는 듯(endless) 했다"고 말했습니다.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북측이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의 첫번째 대화 상대로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을 내세운 건 의전을 고려한 결과로 풀이됩니다. 국가안전보위부는 정치 및 사상 동향 이상자를 감시하는 사상 경찰의 활동과 북한에 침투한 간첩을 잡아내는 방첩 등을 주요 업무로 삼는 북한의 정보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미국 정보기관의 수장인 클래퍼가 오기 때문에 이에 맞춰 그 상대로 북한의 정보기관을 대표하는 김원홍이 공항 영접을 나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평양 시내의 어느 식당에서 3시간 가량 이어진 저녁 식사 자리에서 발견됩니다. 식당에서 클래퍼 국장과 마주 앉은 북측 인사는 김원홍이 아니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었던 겁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연구교수: 북측은 클래퍼와 마주앉아 대화하기 위해서 의전적인 면과는 별도로 협상 사안의 연관성을 따져봤을 때 김영철이 업무상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한의 정찰총국은 간첩 양성과 침투, 무장공비 남파와 요인 암살, 인터넷 공간에서의 침투와 공격 외에도 대남 및 해외 정보수집 등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을 상대로 하는 정보 수집 활동도 정찰총국의 역할 중 하나인 것입니다. 클래퍼 국장의 상대로 왜 김영철 국장이 나선 것인 지를 설명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또한 "북한 공작기관의 수장인 김영철을 미국 정보기관 수장의 대화 상대로 내보낸 데에는 김영철 개인의 역량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고 북한 정치 전문가인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재단 연구이사는 지적했습니다.
김영철은 협상 일꾼이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 사례로, 김영철 정찰총국장은 지난 달 15일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 자격으로 남북 군사 당국자 접촉에 나선 바 있습니다. 공작과 도발, 그리고 대화를 동시에 하는 인물이 김영철이라는 뜻입니다.
클래퍼 국장은 김영철 국장과의 식사 자리에서 한미 군사훈련이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등에 대해 이야기 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클래퍼 국장은 자신의 임무를 미국인 두 명을 데리고 가는 일에 국한했기 때문에 북측과의 대화는 진전이 없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클래퍼 국장은 "북한은 대단한 돌파구(big breakthrough)를 기대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며 "북한을 인정(recognition)하거나 평화협정 같은 큰 협상(a big deal)을 내가 제안할 줄 알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논의하러 간 것이 아니어서 아무것도 내놓지 않자 그들은 실망했다(they were disappointed)"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측이 미국인 두 명을 석방하는 대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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