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최룡해 로동당 비서가 지난 17일 시작된 러시아 방문 공식일정을 마무리하고 24일 귀국했습니다. 최 비서가 갖고 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친서에는 북한이 러시아와 "동맹" 관계를 맺기를 희망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최룡해 로동당 비서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는 5가지 항목을 담고 있으며, 그 중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북한이 러시아와 "동맹" 관계로 나아가길 희망한 내용이라고 남한에 있는 세종연구소의 정성장 박사가 24일 평가했습니다.
정 박사는 연합뉴스가 21일 영문으로 보도한 관련 뉴스를 인용하면서, "만약 북한과 러시아가 반 서방, 반미 동맹을 체결한다면, 이는 동북아 안보에 지각변동을 가져오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정성장 박사: 북한과 러시아가 동맹을 체결한다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되고 반대로 동북아에서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은 현저하게 증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한은 지난 1961년 구소련과 '우호, 협력, 상호원조 조약(treaty on friendship, cooperation and mutual assistance)을 맺은 바 있고, 지난 2000년에는 이를 '우호, 선린, 협력 조약(treaty on friendship, good neighborship and cooperation)으로 갱신한 뒤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남한의 정부 관료"를 인용해 김정은 제1위원장이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한 친서의 핵심 내용이 '동맹관계' 희망을 포함해 다섯 가지라고 보도했습니다.
양국이 준비되는 대로 정상회담을 추진하길 희망하며, 인권문제가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다시 거론되지 않도록 러시아가 힘써줄 것을 바라고, 러시아의 적극적인 대북 경제지원을 희망하며, 북한 경제개혁 추진 시 러시아의 협력을 바란다는 내용 등입니다.
연합뉴스는 영문기사에서 인용한 정부 관료의 이름과 직책은 밝히지 않은 채 "친서의 내용을 알만한 위치에 있는 인물"이라고만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남한의 외교부 관계자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한 외교 소식통은 "사안의 특성상 실무급 관계자들은 아직 모르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서에 포함됐다는 다섯 가지 사항 중 북한이 동맹관계를 희망한 부분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러시아 당국자의 입을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된 바 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 추진과 관련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20일 북한과 "최고위급"을 포함한 접촉을 "양측이 동의하는 날짜에" 진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라브로프 장관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을 비롯한 대북 인권 압박에 대해서도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습니다.
북한과의 경제협력에 대해서도 라브로프 장관은 "양측의 경제관계가 새로운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말하고 "매우 전망이 밝은 몇몇 프로젝트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러시아산 석탄을 북한의 나진항으로 옮긴 다음 남한의 포항으로 갖고 가는 시범사업과 러시아 가스관을 북한 땅을 거쳐 남한으로 연결하는 계획 등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최룡해 비서는 러시아 현지시간으로 지난 17일 모스크바에 도착한 직후 푸틴 대통령을 만나 김정은 제1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20일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했습니다. 이후 최 비서는 러시아 극동지역 방문 일정을 끝낸 뒤 24일 귀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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