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체제 내구력 심각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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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김정은 정권 3년을 평가하고 2015년 남북관계를 전망하는 학술회의가 1일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장성택 숙청 이후 공포정치가 지속되고 있어 "북한 체제의 내구력에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지난해 12월12일 처형된 이후 지난 1년 내내 지속된 숙청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이 공개됐습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1일 서울에 있는 한국언론회관에서 학술회의를 갖고 "북한은 대규모 숙청 과정에서 '유일영도체계 위반'과 각종 비리 혐의로 적발된 당•정•군 간부들을 총살, 해임하는 등 엄중하게 처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현성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사전 배포한 발표문에서 지난 5월 평양 평천구역에서 발생한 아파트 붕괴 사고 등 장성택이 관할하던 보안부와 관련된 연이은 사건사고에 대해 김정은 제1비서가 "장성택의 뿌리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질책함에 따라 보안부 산하 건설7총국 간부 20여명이 총살되거나 오지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밝혔습니다.

숙청은 김 제1비서가 지난 여름 '장성택 잔재 청산 2단계 작업'을 지시하면서 본격화됐다고 현 위원은 설명합니다.

당•정•군 간부 숙청 사례는 다양합니다. 지난 9월에는 당 조직지도부 부부장과 당 선전부 간부 20여명을 '반당 종파행위'와 뇌물 수수, 여자 문제, 마약 복용 등의 혐의로 총살했고, 10월에는 장성택과 연계된 중앙당과 지방당 간부 10여명을 '유일영도체계'를 위반했다는 죄목으로 강건군관학교에서 총살했습니다.

이밖에도 숙청 규모는 분명치 않지만 사실관계가 파악되는 경우도 여러 건 있습니다. 현성일 수석연구위원은 발표문에서 해주시당 책임비서 등 황해남도 간부들이 횡령과 한국 연속극 시청 등의 죄목으로 지난 10월 처행됐고, 당 재정경리부 일부 간부들도 지난 10월 노래방에서 김정은 찬양 노래를 개사해 부르다가 적발되어 총살당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현재 북한에서는 "극도의 억압과 공포 분위기"로 인해 관료들에게 수동적 자세가 만연하고 불만과 반발심이 잠재함에 따라 "시간이 갈수록 북한 체제의 내구력에는 심각한 문제가 야기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 소위 장성택 여독 제거를 위해 이뤄지고 있는 대대적인 숙청으로 인해 고위 인사들은 처벌이 무서워 자발적인 정책 건의를 하지 못하고 최고 지도자의 눈치만 살피는 면종복배 현상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한편, 현성일 수석연구위원은 2015년은 광복 70돌인 동시에 로동당 창당 70돌이 되는 해라는 점을 미뤄볼 때 "북한이 그 어느 해보다 공세적인 대남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시 말해, "8•15 광복절을 계기로 반미•자주와 외세 배격을 내세워 남한 사회의 남남갈등을 부추길 것으로 예상"되며, 또한 "10월 10일 창당 70돌을 계기로 내부 결속과 경축 분위기 조성 차원에서 위성발사를 빙자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나 제4차 핵실험을 전격 단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 같은 맥락에서 볼 때 2015년 남북관계는 올해와 마찬가지로 비관적입니다. 현 위원은 "내년에도 남북관계가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이지 않는 한 박근혜 정부가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 수준으로 대북 정책의 기조를 변화시키리라고는 북한도 기대하지 않을 것"이고, "더욱이 내년에는 북한이 남한 정국에 개입해 정부를 압박할 수 있는 선거와 같은 중요한 정치 일정도 없어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현성일 수석연구위원은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