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의 척 헤이글 국방장관 후임으로 애슈턴 카터 전 국방부 부장관이 지명됐지요.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과 관련해 강경한 발언을 해 온 인물인데요. 그런데 국방장관이 교체된다고 하더라도 미국의 대북 정책이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고 허드슨 연구소의 리처드 베이츠 박사는 전망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워싱턴 현지 시간으로 지난 5일 새 국방장관에 지명된 애슈턴 카터. 과거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론'을 제기했던 인물입니다.
카터 지명자는 1994년 북핵 1차 위기 당시 국방부 차관보로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과 함께 북한 원자로가 있는 영변에 대한 폭격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고, 2006년 7월 북한의 대포동 2호 미사일 발사 당시에도 페리 전 장관과 함께 언론 기고문을 통해 "미사일 발사 시설을 정밀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북한의 도발적 태도에 대한 강경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인물이 국방장관에 지명된 만큼, 앞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에 있어서도 강경한 목소리가 커질 것 같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카터 장관 지명자와 함께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그가 매파임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대북 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민간 연구기관인 허드슨 연구소(Hudson Institute)의 정치군사분석센터(Center for Political-Military Analysis) 소장을 맡고 있는 리처드 베이츠(Richard Weitz) 박사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베이츠 박사는 서울에서 가진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핵과 관련해 카터 장관 내정자는 다분히 매파적(he is a bit more hawkish)"이라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성향이 미국 정부의 대북 정책을 바꿀 수 있는 변수는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대북 정책은 국방부가 아니라 백악관이 만드는 것이고, 오바마 대통령은 한반도 정책을 집행하는 데 있어 박근혜 대통령의 의견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리처드 베이츠 박사: 저는 헤이글 장관을 교체한다고 해서 이것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른 분야에서는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예를 들어, 무기 개발과 구매, 예산 지출 문제 등에선 앞으로 변화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정책이 변화하진 않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전략적 인내'로 표현되는 미국의 대북정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베이츠 박사는 '전략적 인내' 정책이 북한에게 핵 프로그램을 진전시킬 수 있도록 시간만 벌어준 게 아니냐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을 미국 행정부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핵 포기의 결단을 행동으로 옮길 때까지 미국 정부는 현재의 대북 기조를 유지하며 끈기있게 기다릴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화를 재개할 경우 북핵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미국 행정부가 북핵 6자회담의 재개 조건을 완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낮다고 베이츠 박사는 평가했습니다.
리처드 베이츠 박사: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 미국이 입장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것도 '전략적 인내'와 연관된 일이기 때문입니다. 6자회담의 재개를 위해서는 북한이 핵무기를 제거하겠다는 약속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또한 도발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조건을 충족시킬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은 북한 핵 프로그램의 신고와 검증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혀 2008년 12월 회의를 끝으로 중단된 상태입니다.
허드슨 연구소의 선임연구원인 리처드 베이츠 박사는 동아시아와 유라시아 등의 지역안보와 미국의 외교 국방 정책에 대한 전문가입니다. 베이츠 박사는 주한 미 대사관 초청으로 지난 7일 서울에 도착해 학술회의 참가와 주요 인사 면담 등의 일정을 끝내고 9일 미국으로 출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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