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유일영도체계 한계 분명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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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북한 내부 소식에 밝은 일본 매체 '아시아프레스'가 11일 서울에서 '북한 내부 정세 보고회'를 갖고 북측이 2013년에 개정해 발행한 '유일적영도체계 확립 10대원칙' 책자를 공개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취재팀장은 북측이 장성택 처형 등 극단적인 방법을 써가며 유일지도체계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한계는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북한취재팀장이 11일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붉은색 책자를 한 권 공개했습니다. '당의 유일적령도체계확립의 10대원칙'. 북측은 1974년 제정한 '10대원칙'을 39년 만에 전면 개정해 지난해 8월 주민들에게 배포했습니다. 조선로동당출판사가 펴낸 이 책자의 원본을 이시마루 팀장이 입수한 겁니다.

북한에선 헌법이나 로동당 규약보다 상위에서 작동하면서 유일지도체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통치 규범이 '10대 원칙'입니다. 각 인민은 수령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수령의 지시는 무조건 집행하며, 수령을 결사옹위한다는 등의 내용이 핵심입니다.

이시마루 팀장은 바로 이 '10대 원칙'이 1년 전 장성택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김정일이 죽기 전 장성택에게 남긴 부탁은 김정은 유일영도체계 확립을 보좌해달라는 것이었을 텐데, 장성택이 김정은과 나란히 서거나, 혹은 김정은을 능가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을 북측이 묵과할 수 없었던 것 같다"는 겁니다.

이시마루 지로 북한취재팀장: 장성택이 2인자다, 실질적인 최대의 실력자다, 장성택 주도로 정권이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태 자체가 유일영도체계 위반입니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진행 중이었던 거죠. 이런 가운데서 10대원칙은 유명무실화, 형식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유일영도체계를 진짜로 확립하자면 장성택 제거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정권 안에 있었을 수 있습니다.

'10대 원칙' 개정본에는 "간부들이 동상이몽, 양봉음위하는 현상에 반대하여 견결히 투쟁해야" 하며 간부들의 '세도'를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 들어있습니다. 동상이몽과 양봉음위는 겉으로는 복종하는 체하면서도 제각기 다른 생각을 한다는 뜻으로, 북측이 장성택을 처형할 때 내세운 혐의 중 하나입니다.

김정은은 자신의 고모부까지 처형하며 유일영도체계를 확립하려 했지만, "여기엔 근본적인 한계가 있어보인다"고 이시마루 팀장은 지적합니다. 대표적인 예로, 북한에서는 현재 시장경제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되고 있으며, "이것 자체가 유일영도체계에 위배되는 현상"이라는 겁니다.

'10대 원칙' 개정본은 부르주아 사상과의 투쟁을 요구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한의 시장화 과정에서 확산된 부르주아 사상과 온갖 자본주의적 요소들에 대한 위기 의식의 표현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세종연구소 오경섭 연구위원 등 북한 지도부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북측이 "김정일 사망 이후 3대 세습이라는 변화된 정치적 환경에 맞춰 10대원칙을 개정했다"고 설명합니다.

김정일이 만든 1974년판 '10대원칙'은 김일성을 신격화함으로써 후계자인 자신의 귄위를 높이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런데 개정판은 "김일성과 김정일을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으로, 주체의 태양으로 받들어 모셔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김정은은 김일성, 김정일의 절대적 권위에 기대어 자신의 3대 세습을 정당화했고, 김일성의 핏줄이라는 사실을 정통성의 근거로 제시했다"고 오경섭 연구위원은 분석합니다.

'10대원칙' 개정본은 서문과 10조 60항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혁명화" 대상, 즉 정치범이 됩니다. 북측 당국은 '10대 원칙'을 주민들에게 적용함으로써 정치적 반대세력이나 불만세력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