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처형…“뜻밖” “과도” 반응

0:00 / 0:00

앵커: 북측은 로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현장에서 장성택을 체포한 지 나흘 만인 12일 사형을 집행했습니다. 장성택을 죽이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던 전문가들은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은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고 장성택이 "정변을 꾀한 역적"이라며 즉각 처형했습니다. 일사천리로 숙청을 마무리한 겁니다.

서울에 있는 정부 당국자들과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뜻밖이다", 내지는 "과도해보인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장성택의 '정치범수용소행' 정도를 예상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측은 처형이라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는 "장성택을 물리적으로 제거함으로써 그의 추종자들이 딴마음을 먹지 말라고 경고하는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합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김정은 체제를 정립해가는 데 있어서 걸림돌은 명확하게, 그리고 단호하게 정리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에게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을 요구하는 차원의 행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전문가들은 장성택에게 적용된 죄목인 '국가전복음모' 행위도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장성택의 심리과정 중 발언이라면서 "경제가 완전히 주저앉고 국가가 붕괴 직전에 이르면 내가 총리를 하려고 했다"며 "정변 수단"은 "수하에 장악된 무력으로 하려고 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성택이 내각 총리가 되어 정권을 잡으려 했다는 식인데, 이는 당 중심 사회인 북한에서는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억지"라고 설명합니다. 다른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는 뜻입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북한 형법상 최고로 무거운 죄목을 적용한 건데요. 이런 점에서 보면, 장성택 처형 이후에도 남아 있는 추종 세력을 숙청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정치적 명분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날 북측 통신이 소개한 판결문에서는 장성택의 추종 세력으로 행정부를 비롯한 노동당 조직과 군부, 그리고 내각 기관뿐 아니라 기업소까지 거론해 앞으로 북한 사회에서는 전방위적인 숙청 작업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통해 북측은 정권은 물론 사회 분위기도 쇄신하고자 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위해 김정은 지도부는 그간 만연해 있던 온갖 비리의 온상이 바로 장성택과 그 추종자들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합니다.

심지어 북측은 장성택을 2010년 화폐개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처형된 박남기 전 로동당 부장의 배후 조정자로도 지목했습니다. '이밥에 고깃국'이라는 해묵은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실도 장성택의 탓으로 돌린 셈입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사형 집행 소식을 전하면서 장성택이 모든 혐의를 "전적으로 시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