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마르티네스 입북 공개…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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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인 마르티네스 씨가 북한에 들어간 지 한달여 만에 북측 당국이 기자회견을 열고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인권문제가 유엔 안보리에서 논의되는 걸 의식한 행보로 풀이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아르투로 피에르 마르티네스 씨가 중국을 거쳐 북한에 불법 입국한 건 지난 11월 초입니다. 미국 정부가 미국인 억류자 두 명을 구하기 위해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을 평양에 보낸 지 이틀 뒤였습니다.

그런데 북측이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마르티네스의 입북 사실을 알린 건 지난 일요일입니다. 북측 당국이 한달여 시간을 마르티네스 씨의 입북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보낸 겁니다.

남한에 있는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입국 동기 등을 조사하는 데 시간이 걸렸을 수 있다"면서도 "왜 하필 이 시점에 기자회견을 열어 마르티네스 씨의 입북 사실을 밝혔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전문가들의 해석은 다양합니다. 우선 이번주에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북한 인권문제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정을 염두에 둔 것 같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로 북측은 최근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신동혁 씨의 부친을 등장시켜 그의 증언을 거짓말로 몰아붙이는 동영상을 배포하거나, 북한으로 강제 송환된 뒤 처형설이 나돌던 탈북 청소년들이 기자회견을 갖도록 하는 등 북한 인권과 관련해 제기되는 각종 현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마르티네스 씨의 입북 사실 공개와 관련한 또다른 해석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의도한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대미 압박을 재개한 것 아니겠느냐는 겁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 미국인 두 사람의 석방 과정에서 북미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기대치가 높았지만, 그런 상황이 전개되지 않으면서 미국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차원에서 이 사람에 대한 공개를 뒤늦게 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르티네스 씨는 기자회견에서 북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고 있고 그들은 모두 "열렬한 애국자"라면서, 미국의 정치인과 경찰, 그리고 선거 제도와 교도소 운영 방식 등에 대해 비판했습니다. 또한 마르티네스 씨는 미국의 북한인권에 대한 "험담"은 "황당무계한 거짓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이야기도 쏟아냈습니다. 미국 정부가 미확인비행물체, 즉 UFO를 이용해 "전파장애를 쉽게 조성하여 그 어떤 나라의 군사 및 상업통신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마르티네스 씨는 미국 정부가 초고음파와 초저음파 등을 이용하는 "비밀무기"를 개발했다면서, 이런 무기들 때문에 "여러명의 라틴 아메리카 나라 대통령들이 지난 5년 안에 암으로 고통받았다"고도 말했습니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우고 챠베스 대통령은 "이러한 기술에 의하여 발생한 암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뉴스 전문 방송인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르티네스 씨의 어머니는 아들이 "조울증을 앓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 들어가려던 시도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고도 말했습니다. 최근 남한에서 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가려다 실패했다는 겁니다. 이후 마르티네스 씨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어느 정신병원에 입원했었고, "퇴원 후 집으로 오지 않고 중국으로 날아갔다"고 그의 어머니는 말했습니다.

지난 9월 중순, 한국 언론은 "아랍계 미국인 남성"이 경기도 김포지역에서 강을 건너 월북을 시도하다가 군 초병에 붙잡혔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당시 남한 당국은 이 남성의 이름은 밝히지 않은 채 보도 내용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마르티네스 씨의 입북과 관련해 "모든 가능한 영사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