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 지금 얘기할 필요 없어”

0:00 / 0:00

앵커: 한국의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17일 남북 정상회담의 개최 가능성에 대해 "열려 있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섣부르게 정상회담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는 2018년 2월까지입니다. 박 대통령도 북측과 정상회담을 하려면 내년을 넘기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임기 마지막 해에 정상회담을 할 경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서 볼 수 있었듯이, 합의 내용을 이행할 여건을 마련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는 남한 사회 내 "일각"의 의견일 뿐이라고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말합니다. 서울 프레스센터(언론회관)에서 17일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홍 장관은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있다"면서도 "지금 상황에서 섣부르게 정상회담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 특히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안 남았다, 내년밖에 시간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년에는 꼭 정상회담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런 식의 접근은 바람직하지 않고, 특히 지금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런 접근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대통령께서도 의지가 확고하시고요.

이는 "박근혜 정부가 정치적 고려에 의해서 정상회담 개최를 검토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이라고 홍 장관은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남북 차관급 회담이 차기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한 채 결렬되자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해 정상회담을 열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나왔습니다.

홍 장관은 "정상회담은 필요하고, 특히 분단의 아픔을 해소하고 평화를 이끌어갈 실질적 논의를 할 수 있는 정상회담은 마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라면서 "하지만 현재는 차관급 회담도 결렬된 상태이고, 이는 남북이 앞으로 더 많은 접촉을 통해 신뢰를 쌓고 보다 큰 대화의 여건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홍용표 장관은 남북 당국회담에서 이산가족 문제의 해결과 금강산 관광의 재개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합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지난 11일과 12일 개성에서 열린 남북 차관급 회담에서 남측은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포함해 상호 관심사를 "포괄적으로" 해결해나가자는 입장에서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북한이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우선 합의해야 한다는 경직된 입장을 고수해"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홍 장관은 설명했습니다.

남측은 금강산 관광 재개에 앞서 2008년 7월 발생한 남측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그리고 관광객 신변 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을 북측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홍용표 장관은 또 금강산 관광의 재개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연관성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관광 대금이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사용되는 건 아닌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유엔의 대북제재 내용 중에는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도움이 되는 벌크캐시, 즉 뭉칫돈의 유입을 금지하는 조항이 포함돼 있습니다. 홍 장관은 "현 시점에서 (관광 대금이) 벌크캐시냐, 아니냐를 규정하기는 어려운 부분"이라면서 "그런 문제는 논의될 시점에 가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