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남측 통일준비위원회가 제의한 대화에서 북측이 5.24 조치 해제 문제를 거론할 경우 "일단 들어볼 수 있다"는 입장을 통일부 당국자가 보였습니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핵과 인권문제처럼 북측이 껄끄러워하는 사안은 "별도 대화의 장"을 통해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남측 통일부 당국자는 30일 "내년 1월에 대화를 갖자"는 통일준비위원회의 제의를 북측이 받아들일 경우 북측이 다루길 꺼리는 사안은 의제로 삼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습니다.
따라서 남측 정부가 한반도 핵심 현안으로 간주하는 북핵이나 인권문제는 통준위가 제의한 대화가 성사되더라도 논의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통일부 당국자는 "(북핵과 인권문제 등의) 의제에 있어서는 적절한 통로, 별도 대화의 장을 통해서 협의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날 회담 제의는) 우선 남북간에 실질적으로 협의 가능한 쉬운 일부터 해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통준위가 남북 대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 주길 박근혜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합니다. 반관반민 성격의 통일준비위원회는 "외교안보나 정치군사 현안을 책임지고 논의할 수 있는 기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핵과 인권 문제와 같은 민감한 정치적, 국제적 현안을 논의하기에는 통일준비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에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보고, 그런 점에서 사회문화 교류를 중심으로 또는 기본적인 통일 논의를 중심으로 협의를 하거나…
남측 정부는 5.24 대북제재의 해제 문제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회담에서 북측이 5.24 조치 해제를 요구할 경우 일단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듣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5.24 조치의 "실질적" 논의를 위해서는 "당국간 후속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제재의 해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반관반민 성격의 통준위가 아니라 "책임있는 당국자"가 만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5.24 조치는 2010년 발생한 천안함 사고 이후 남측이 북측에 가하고 있는 경제 제재를 뜻합니다.
대통령 직속 민관협력 기구인 통준위는 29일 북측에 대화를 제의하면서 의제를 특정하지 않은 채 '상호 관심사'라고만 표현했습니다.
대화 제안 배경으로 통준위는 남북 간 민간교류 확대와 광복 70주년 기념 공동사업, 그리고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등 그간 기획한 사업들이 실질적으로 이행되기 위해서는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통문은 통준위 정부측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 명의로 김양건 로동당 통일전선부장 앞으로 29일 발송됐고, 북측은 이를 수령했습니다.
북측은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대박' 발언에 이어 지난 7월 통일준비위원회를 출범하자, 이를 '흡수통일' 시도라고 주장하며 반발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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