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한미 합동군사훈련 잠정 중단을 조건으로 추가 핵실험을 잠정 중단할 의사가 있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 측은 이를 '암묵적 위협'이라며 일축했습니다. 이번 북한 측 제안의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지 양성원 기자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북한 측 제안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 측이 거부할 것을 미리 알면서도 4차 핵실험 강행에 앞서 단지 '명분 쌓기'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의회에서 주로 한반도 문제를 다뤄온 프랑크 자누지 맨스필드재단 대표와 래리 닉시 박사는 12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번 제안을 단순히 북한의 '위협'으로 여기는 것은 무리라고 지적했습니다.
자누지 대표는 북한 측의 이번 제안은 북한이 핵폐기 협상에 나서도록 만들려는 미국 측 노력의 결과일 수 있다며 북한은 미국과 양자대화에 나서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자누지 대표: 북한이 대화를 재개하는데 관심이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지만 이번 제안은 실질적(practical)이지 않습니다. 한미 양국이 이 제안을 거절할 것을 북한 측은 알았어야 합니다.
북한 측은 국제사회의 비난으로 인해 이미 핵실험을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실험 잠정 중단을 이유로 한미합동군사 훈련 잠정 중단이란 비현실적인 양보를 얻어내려 한다는 게 자누지 대표의 설명입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의회조사국(CRS) 출신의 닉시 박사는 만일 북한 측이 핵실험 잠정 중단에 더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까지 잠정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 미국 측과의 협상 재개 가능성이 조금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북한의 핵탄두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원치 않는 미국으로서는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까지 잠정 중단한다면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관련해서도 일정 부분 북한 측에 성의를 보일 수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닉시 박사: 이번 북한 제안의 가장 큰 약점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도 잠정 중단하겠다는 부분이 없다는 것입니다. 만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 모두 잠정 중단하겠다는 것이라면 미국도 북한의 제안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봤을 것입니다.
한편 자누지 대표는 재래식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잠정 중단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중단 뿐 아니라 북한 측의 재래식 군비태세와 군사훈련의 변화를 포함한 한반도 군사 정세의 전반적인 변화가 있을 때만 가능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포기하는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를 지키겠다고 약속하면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의 핵 관련 훈련 수위를 낮춰달라고 제안한다면 이는 미국이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예를 들면 한미 합동군사훈련 시 B-2, B-52 폭격기 훈련 등 미국의 핵 억제력을 암시하는 훈련은 충분히 자제될 수 있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한편 북한은 앞서 지난 10일 관영 언론을 통해 한미 양국이 합동군사훈련을 임시 중지하면 북한도 핵실험을 임시 중지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 측은 당일 곧바로 또 12일에도 거듭 북한 측 제안을 거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일상적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핵실험 가능성을 연계하는 것은 부적절하고 이는 북한의 '암묵적 위협'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0:00 / 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