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뉴욕 접촉 무산은 언론보도 탓?”

0:00 / 0:00

앵커: 미국 뉴욕에서 3월 초 예정됐던 미북 접촉이 무산된 것은 북한의 악행 뿐 아니라 행사 계획이 언론에 광범위하게 노출된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지적이 나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오는 3월 1일부터 2일까지 미국 뉴욕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미국 전직 관리와 북한 현직 관리의 회동이 전격 무산된 데 대해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단 북한 당국이 신경작용제 VX를 사용해 김정남을 암살한 것이 마지막에 미국 정부가 회동을 취소시킨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19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 등의 보도로 미북 접촉 계획이 전 세계 대중에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런 회동을 용인하기가 더 부담스러웠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습니다.

이번 회담에 미국 대표단으로 참석하려 했던 한 인사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대량살상무기로 테러 행위를 한 북한 출신 관리에게 비자, 즉 입국 사증을 발급해 미국 땅에서 5년 여 만에 미북 대화를 하는 모습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상황을 미국 정부가 용납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인사는 행사를 준비한 도널드 자고리아 교수가 행사 참석자들에게 언론에 행사 계획이 알려지면 북한 관리 비자 발급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각별히 입단속을 할 것을 부탁했다고 전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9일 관련 보도가 나오더니 이번 주말에는 참석 예정자 대부분이 언론 매체와 접촉한 정황을 알 수 있어 무척 당황스러웠다는 설명입니다.

그는 국무부가 지난 24일 오전과 오후 불과 5시간 여만에 비자 발급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전격 바꾼 것도 그 배경이 의문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이 인사에 따르면 행사를 주최한 도널드 자고리아 교수로부터 이번 행사가 "예정대로 열릴 것"이라는 이메일, 즉 전자우편이 온 것은 정확히 24일 오전 10시 17분이었고 "비자가 발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상반된 이메일이 온 것은 이날 오후 3시 35분이었습니다.

당시 이메일에서 자고리아 교수는 국무부가 비자 발급을 왜 하지 않는지에 대한 설명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국무부 측의 입장 변화와 관련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 등 언론 매체들은 국무부 최고위층 혹은 백악관 고위 관리의 결정이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미북 접촉에 수차례 나섰던 로버트 칼린 전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은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자고리아 교수가 접촉한 국무부 관리의 급이 비교적 높지 않을 수 있다면서 이런 관리들은 최고위층의 의사 결정을 즉각 알 수 없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