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북외교 진전은 비핵화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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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일본의 이지마 이사오 총리 자문역이 14일 북한을 전격 방문한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북한과의 외교 진전은 북한의 비핵화 의무 준수에서 비롯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국무부의 패트릭 벤트렐 부대변인은 14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일본 총리 자문역이 북한을 방문한 데 대해 놀랐냐는 질문을 받고 관련 언론보도를 봤고 이 사안을 알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 한중일 3국 순방에 나서고 있는 국무부의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오는 16일 일본을 방문하면 이 사안을 논의하길 원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4일 서울 방문 일정을 마치고 15일 베이징에서 중국 관리를 만날 예정인 데이비스 대표도 앞서 한국 외교 관리와 면담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일본 정부 인사의 방북에 대해 듣지 못했다(I had not heard that)면서 며칠 후 일본을 방문해 이 사안을 일본 측과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벤트렐 부대변인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천명 등 변화된 모습이 없는 가운데 진행되는 일본 측의 대북 접촉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기본적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이 대북외교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패트릭 벤트렐 부대변인: 미국 정부는 북한과의 외교 진전(diplomatic progress)은 북한이 국제의무를 준수하고 비핵화의 진정성을 보이는 조치를 취하기 시작할 때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 왔습니다.

벤트렐 부대변인은 이어 데이비스 대표가 지난 14일 한국 외교부의 임성남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김남식 통일부 차관 등을 만나 북한 문제 전반에 대해 생산적이고 유용한 논의를 했다면서 한미 양국 간 공조의 중요성에 의견을 같이 했다고 소개했습니다.

임 본부장과 면담 후 데이비스 대표는 기자회견에 나서 특히 "북한이 나쁜 행동을 중단하는 것만으로 보상받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I do not think that we should any longer be in the business of treating the absence of bad behavior as something that needs to be rewarded.)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는 것은 좋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북한 측이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조치를 취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데이비스 대표는 이어 북한 문제를 풀기 위한 중국의 역할과 관련해 "중국은 북한의 선택을 명확히 하는 데 도움을 주고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돌아오는 것의 중요성을 압박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벤트렐 부대변인도 데이비스 대표가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 등과 북한 문제를 협의할 것이라면서 그는 중국 측에 북한이 태도를 바꾸도록 압박을 가하라고 거듭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한편 이번에 북한을 전격 방문한 일본의 이지마 내각관방 참여, 즉 아베 신조 총리 자문역은 2002년과 2004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방북 당시 총리 비서관으로 재직하며 두 차례 모두 북일 정상회담에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교도통신은 이지마 참여의 방북 목적은 분명치 않지만 그가 정체된 북일 관계를 타개하고 납북자 문제 해결에 대한 일본 아베 정권의 의지를 전달하기 위해 북한 측 인사를 접촉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한미일 3국 등 국제 공조가 필요한 시점에서 일본이 독자행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또 북한 측이 한미일 3국과 중국까지 합세한 대북정책 공조를 흔들고 핵실험 등 도발로 인한 국제적 고립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일본 측 정부 인사의 방북을 허용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