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 유엔 군축회의서 치열한 ‘북핵’ 설전

0:00 / 0:00

앵커: 유엔 군축회의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해 미국과 북한 대표가 설전을 벌였습니다. 미국은 북핵 위협 대응에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다짐한 반면 북한은 핵 억지력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의 로버트 우드 제네바 주재 군축담당 대사는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회의에 참석해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핵무기가 전 세계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달 북한이 두차례 강행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는 역내와 그 이상 지역의 안정을 해치는 위험하고 무모한 행동의 또 다른 예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드 대사는 따라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는 미국 본토와 미국령, 또 동맹국을 북한의 공격(aggression)으로부터 보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로버트 우드 대사: 점증하는 북한 위협에 대응해 미국은 가능한 모든 역량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We remain prepared to use the full range of capabilities at our disposal against the growing threat from North Korea.)

우드 대사는 하지만 미국은 북한과 비핵화 대화에 열린 입장이라는 점도 거듭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날 함께 회의에 참석한 북한 제네바 대표부의 주용철 참사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은 미국의 핵위협에 맞선 정당한 대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의 이른바 '대북 적대정책'과 핵위협이 지속되는 한 북한은 결코 비핵화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주용철 참사관: 북한은 자위적 핵 억지력을 협상 탁에 결코 올려 놓거나, 핵 무력 강화를 위한 길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또 21일 시작된 한미 합동군사훈련 UFG연습에 대해선 '불에 기름을 붇는 격'이라며 한반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함께 회의에 참석한 영국과 프랑스, 호주 즉 오스트랄리아 또 한국 측 대표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비난했습니다.

특히 제네바 주재 한국 대표부 김인철 차석대사는 미국과 한국 등 국제사회는 북한에 대한 공격이나 군사력 사용을 위협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We have never threatened the DPRK with any attacks and we have never promoted the use of force.)

그러면서 북한은 추가도발을 멈추고 대화로 복귀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길 간절히 호소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제네바 주재 중국 대표부의 푸충(Fu Cong) 군축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미국의 한미군사훈련과 북한의 핵활동을 동시에 중단하는 이른바 '쌍중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측 우드 대사는 합법적인 한미 군사훈련과 불법적인 북한 핵미사일 개발은 등가성이 없다, 즉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며 그런 제안은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에 대해 푸 대사는 중국의 '쌍중단' 제의는 등가성의 문제가 아니라 한반도 긴장을 낮추고 대화 재개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