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범철 “미중 간 북핵 ‘빅딜’ 가능성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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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 주말 러시아 모스크바에선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북미국장이 참석한 국제회의가 열렸는데요. 이 시간에는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 안보통일연구부 신범철 교수로부터 향후 미북대화 가능성 등 북핵 문제 해결 전망에 대해 들어보는 순서를 마련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신범철 박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청취자들 이해를 돕기 위해 이번 모스크바 회의에서 최선희 국장이 한 발언의 핵심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다면?

신 교수: 최선희 국장은 기존 북한의 입장을 반복했다. 먼저 북한은 핵을 보유하고 있다,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능력도 거의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 두번째는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절대로 핵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세번째로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한다면 핵 군축이라든지 평화(체제) 문제와 관련해 미국과 협상할 용의가 있다,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기자: 이런 최 국장의 주장에 대해 미국 측 참석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

신 교수: 기본적으로 한반도의 비핵화가 필요하다, 북한의 주장은 수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북핵 해법과 관련해서는 대화를 통한 해결, 동결에서 비핵화로 이르는 단계적 해법 등은 학자들마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통적인 것은 북한의 핵보유는 인정할 수 없다, 이것이 미국 측 학자들의 주요 주장이었다.

기자: 최 국장이 미국 측과 직접 대화를 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신 교수: 쌍트페테르부르크 대학에서 한 이야기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해 원론적인 발언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도 대화는 열려있다, 미국과 대화는 하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미국은 북한에 대해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고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초 한중일 등 아시아 순방에 나서는데 중국 측과 이른바 '빅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해선?

신 교수: 트럼프 대통령이 빅딜, 그러니까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한 이야기처럼 한반도 비핵화를 하는 대신에 한반도 북쪽, 즉 북한 지역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인정해줘야 한다, 이런 방식의 빅딜이 시도될 지는 미지수다. 그렇지만 만약에 미국 측이 이를 시도한다해도 중국 측 입장에서는 미중 관계의 신뢰가 높지 않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을 포기하면서 생길 수 있는 다양한 변수까지 고려한다면 미중 간 빅딜 제의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압력과 군사적 행동 가능성으로 중국을 압박하면서 중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잘 이행하는 그런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까 예상한다.

기자: 이른바 '빅딜'의 내용 중에 주한미군 철수와 김정은 정권 교체 부분도 포함돼 있는 것 아닌가?

신 교수: 북한 핵문제 해결 과정과 북한 지역에 대한 중국의 우위 인정, 그 과정에서 주한미군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본다. 하지만 이 부분은 한국 입장에서 미국이 동맹국인 한국과 상의하지 않고 중국과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한미 간에 먼저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 다음달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북 직접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은 없나?

신 교수: 지금까지 나온 트럼프 행정부의 이야기를 봐서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지 않는 한 의미 있는 대화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고 당장 대화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다만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동아시아 순방 기간에도 추가적인 도발을 하지 않고, 또 다른 여건이 조성된다면 본격적인 협상이라기 보다는 상대방의 의사를 탐색하기 위한 '탐색적 대화' 정도는 가능하다고 본다.

기자: 최선희 국장이 모스크바 회의에 나오는 등 이 시점에서 북한이 자국 입장을 적극 홍보하는 배경은 뭔가?

신 교수: 자국의 핵개발을 정당화 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북한이 정부 간 대화에는 상당히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1.5트랙이나 2 트랙 대화에는 외교관들을 보내 북한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파하고 있는데 그런 맥락에서 봐야한다. 특히 이번 회의를 통해, 북한은 중국의 압력을 회피하면서 러시아와 손을 잡는 모습을 보이길 원했고 러시아 역시 북한의 태도 변화를 활용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는 생각이 있었을 것으로 본다.

앵커: 네 지금까지 한국 외교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신범철 안보통일연구부 교수로부터 향후 미북대화 가능성 등 북핵 문제 해결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