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주 스위스 제네바에서 북한 관리들과 만났던 미국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특보는 북한 측이 미국의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파악하길 원했다고 밝혔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미국 워싱턴 DC 시내에서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만난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 군축 담당 특보는 북한 측이 차기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무척 궁금해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 북한 관리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그들의 궁금증(curiosity)을 제대로 해소해주지 못했습니다.
아인혼 전 특보는 미국 측 인사들이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측의 대북정책과 관련한 정보(insight)가 없었고 여전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구상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 측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17일과 18일 스위스 제네바에서는 아인혼 전 특보와 로버트 칼린 전 중앙정보국 분석관, 또 조엘 위트 전 국무부 북한담당관, 제니 타운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이 북한 외무성 최선희 미국국장과 장일훈 유엔주재 차석대사 등 북한 대표단을 만났습니다.
위트 전 담당관은 22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통화에서 이번 제네바 접촉과 관련해 어떤 사안도 논의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이날 발간된 그의 미국 시사잡지 '애틀란틱' 기고문은 그가 북한 측과 나눴을 이야기를 가늠해 볼 수 있게 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북한 측과 접촉하기 전 집필했을 가능성이 높은 이 기고문에서 위트 전 담당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집권 초기 북한 측과 핵동결 협상에 일단 나서라고 권고했습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협상에 나서고 이를 통한 성과를 기반으로 장기적으론 한반도 정전협정을 대체할 평화협정 체결과 완전한 비핵화 문제도 논의할 수 있는 대립적이지 않고 평화적인 상황을 만들자고 주장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이른바 '협상의 달인'인 만큼 북한을 '독립국'과 '주권국'으로 인정하면서 핵동결 거래를 먼저 시도해보고 여의치 않을 경우 그때가서 대북제재 강화와 군사적 압박, 또 중국에 대한 압박에 나서도 늦지 않다는 게 위트 전 담당관의 설명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측도 일단 도발을 자제한 채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에 대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핵협상에 나서라는 신호를 계속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외무성은 앞서 21일 장문의 비망록을 통해 미국의 이른바 '대북 적대시정책'은 철회돼야 한다면서 미국은 핵을 보유한 북한의 달라진 전략적 지위를 직시하고 대북 핵위협을 철회할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라고 촉구했습니다.
한편 미국의 현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 분야 최우선 과제로 북한을 꼽고 있으며 이같은 시각을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 측에 이미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백악관의 조시 어니스트 대변인도 22일 정례기자설명회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 측에 북한 문제 현황과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전략에 대해 자세히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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