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의 시신을 북한측에 인도한 말레이시아 정부의 협상은 외교적 승리가 아니라 패배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렘코 브뢰커 박사는 3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말레이시아 정부가 지난30일 자국 공항에서 피살된 김정남의 시신과 살해 용의자를 북한으로 보낸 것은 말레이시아가 북한의 테러와 위협에 굴복한 나쁜 선례라고 비난했습니다.
브뢰커 박사: 외교적으로 '엄청난 대실수(huge diplomatic fiasco)'를 저질렀습니다. 말레이시아가 북한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북한이 더욱 더 말레이시아를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입니다.
라이덴 대학 아시아센터의 폴란드 등 유럽 내 북한 노동자의 강제노역 문제에 대한 집중 연구를 주도한 브뢰커 박사는 북한 해외 파견 노동자의 강제 노역에 관한 네덜란드 정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실망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브뢰커 박사: 북한이 말레이시아와 네덜란드 정부에 같은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주재 네덜란드 대사가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이 안전한 곳에 도피하도록 도왔다는 언론보도와 관련해 북한이 네덜란드 외무부에 위협을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희 연구에 관심이 많다고 늘 말해왔던 외무부가 유럽연합 내 강제노역이 없다고 밝힌 것입니다.
네덜란드의 외무부와 사회고용부 등은 지난 28일 북한 노동자 강제 노역 문제와 관련해 두 명의 네덜란드 의원들(MPs Karabulut and van Bommel)이 올해 초 제출한 질의서에 대한 답변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는 것입니다.
브뢰커 박사는 자국의 대학 연구소가 1년 넘게 조사와 연구를 진행하는 동안 줄곧 보고와 회의를 했던 네덜란드 외무부가 의원들의 질문에 실정과 다른 답변을 했다는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 단체의 보고서가 세계 여러 나라의 정부와 민간단체, 언론에서 광범위하게 인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네덜란드 정부만 의원들의 답변에 보고서를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는 지적입니다.
한편, 호주 즉 오스트랄리아의 유력 일간지 (The Australian)도 1일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과 '이상하리만큼 불균형적인 협상(curiously asymmetrical deal)'에 합의한 것은 아마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가 국내에서 정치적 승리를 원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김정남 살해를 지시한 것으로 믿는 북한 당국에 시신과 살해 용의자 두 명을 인도한 것을 '승리'라고 본다면 과연 '패배'라는 것이 무엇인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타스마니아 대학(University of Tasmania)의 제임스 진(James Chin) 교수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이 유엔 제재를 회피하도록 돕는 말레이시아 내 북한의 불법 활동이나 기업에 대한 수 많은 정보를 발표하는 등의 지렛대를 사용하지 않아 협상에서 완전히 패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정남 시신 인도 등과 관련해 말레이시아 정부가 강경 입장을 취하자 북한 내 말레이시아 외교관과 가족 등에 대한 출국 금지령을 취한 북한의 '인질 외교'에 굴복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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