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②: 북한 대외정책] 박영호 “‘핵보유국’ 지위 기정사실화하며 대미협상 노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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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18년 새해를 맞아 북한 정세와 관련해 주요 현안별로 한 해를 전망해보는 신년기획인터뷰를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한반도 시간으로 매주 목요일 다섯 차례에 걸쳐 마련한 신년기획인터뷰, 오늘은 그 두 번째 순서로 '북한의 대외정책 전망'에 대해 박영호 강원대 초빙교수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의 목용재 기자가 박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목용재 : 교수님 안녕하세요.

박영호 : 네 안녕하세요.

목용재 : 올해 북한이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북한의 전반적인 대외정책, 대외 행보에 대한 전망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영호 : 올해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의 핵심 내용은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과 관련한 핵 무력 완성 선언입니다. 이에 기반을 둔 자신감을 토대로 경제 분야에 중점을 두겠다는 겁니다. 이를 위해 대외 환경을 북한에 유리하도록 바꾸겠다는 정책적 지향이 표현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미국입니다. 북한은 미국에 대해 자신감 있게 접근하려는 그런 입장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그런 정책을 선택한 배경이 중요합니다.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력이 가중되고 있는데 최근 확인된 것처럼 중국 당국은 중국 내 북한 기업과 식당들을 철수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의 경제 발전을 위한 전략 실행을 위해선 외부로부터의 자원 동원이 필요한데 대외적 환경이 여의치 않으니까 북한은 이를 좀 바꿔보겠다는 의도를 신년사에 담은 것 같습니다. 따라서 북한 나름대로는 대외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최근 남북대화가 재개되고 북한이 이에 대해 적극 나오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볼 수 있지만 북한은 한국을 통해 대외관계를 개선하고 미국으로 접근하겠다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목용재 : 올해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봤을 때 북한의 대미 메시지, 그러니까 미국에 전달하고 싶은 바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박영호 : 이번 신년사에 '평화를 사랑하는 핵 강국의 입장', '우리가 충분한 억제력을 갖고 있으니 미국은 전쟁을 걸어오지 못할 것이다' 등의 내용이 있습니다. 또 김정은은 '핵 단추는 내 사무실 책상 위에 있다'는 말도 했습니다. 이는 대미 핵 억제력을 기반으로 미국에 접근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또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 '위협 용도로 사용하지 않겠다'라는 식의 내용도 있는데 북한이 이른바 핵을 보유한 나라로서의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으로 미국에 접근하겠다는 의미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차원에서 북한은 한반도 위기를 고조시키는 미국의 핵전쟁 연습을 그만두라고 요구하는 겁니다. 또한 북한은 미국을 당당하게 일대일로 상대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한국을 인질로 삼으면서 미국에 접근하겠다는 전략과 전술을 표현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목용재 : 북한의 목표는 미국과의 직접 협상을 통한 체제보장이라는 것이 중론인데요. 북한이 미국과 직접 협상을 하기 위해 어떤 구상, 혹은 어떤 과정을 밟아나갈 것이라고 보십니까?

박영호 : 김정은은 이번 신년사에서 대미 억제력을 지속 발전시키고 핵미사일 전력의 실전배치와 이와 관련한 생산 능력을 강화시키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으로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한다면 핵보유국 대 핵보유국으로서 협상하겠다는 겁니다. 또 북한은 미국의 위협, 즉 미국의 (대북) 억제 전력을 한반도에서 배제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이 단순히 미국으로부터 체제 보장이라는 약속을 얻기 위해 협상을 추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북한이 자체적인 핵 억제력을 갖추지 못했을 때는 미국으로부터의 체제보장 약속에 만족했을지 모르지만 북한의 '핵 무력 완성' 판단 위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단순한 체제보장뿐만 아니라 미국의 전력을 한반도로부터 배제하려는 추가적인 목적이 있지 않을까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현재 북미 간 관계가 좋지 않습니다. 올해 양국 간 물밑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박영호 : 물밑 접촉이라는 것이 그동안 미국과 북한의 뉴욕(유엔) 채널에서 이뤄지고 있었던 것을 일컫는데 이는 통상적인 것입니다. 미국도 완전히 대화의 문을 닫아 놓은 것은 아닙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대북정책을 토대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대북 압박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대화의 가능성은 항상 열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해 대화할 전제 조건을 갖춘다면 언제든지 공개적, 비공개적 접촉과 대화를 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대화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고위급 회담에 북한이 적극 나온 점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도 남북대화를 환영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가 북한의 핵 무력을 기정사실화하고 핵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시간을 벌어주는 것에 대해 상당히 경계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펜스 부통령, 미국의 고위 정책 결정자들은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적 압박을 지속해 북한을 비핵화시키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그러한 미국의 전략이 크게 변경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습니다.

목용재 : 북한이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황입니다. 올해 북한의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박영호 : 많은 국제사회의 관찰자들, 또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 정보 당국은 북한이 공식적으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지만 실질적으로 전력화시키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고 봅니다. 북한의 핵 무력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는 조심스러운 판단입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강조한 것처럼 미사일 전력의 실전배치를 위해 대량 생산하겠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봤을 때 추가적인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같은 도발은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의 전력화를 위한 고도화, 질적 개량을 목표로 한다면 추가 핵실험도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남북관계라든가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북한 자체의 핵미사일 개발 전략 등으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남북대화 그리고 남북관계, 한·미 간의 정책 협력 그리고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들이 북한의 도발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합니다.

목용재 : 올해 북한의 대중 행보도 궁금한데요.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라고 보십니까?

박영호 : 중국 입장에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 핵 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중국의 안보 전략상으로도 결코 이득이 아닙니다. 시진핑 주석이 세계 제1위 강대국이라는 장기전략과 동아시아의 패권국을 지향한다는 전략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는데 그러한 중국의 전략에 핵을 보유한 북한, 상당한 양의 핵미사일 전력을 보유한 북한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장기적인 국가전략과 대미전략에서도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중국은 형식적으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중국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려 하지는 않을 겁니다. 김정은의 핵미사일, 경제 병진 노선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관계를 회복하려고 접근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목용재 :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가능성에 대해선 어떻게 보십니까?

박영호 : 김정은으로서는 북한의 입장에 유리하도록 북·중 관계를 전환시키고 싶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중국 방문 가능성은 북한이 핵미사일 전략에 대해 변화의 입장을 보이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낮다고 생각합니다.

목용재 : 네 알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앵커 : 자유아시아방송 신년기획인터뷰, 오늘은 두 번째 순서로 박영호 강원대 교수로부터 북한의 대외정책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올해 북한의 대남정책을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와 함께 전망해보겠습니다. 많은 청취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