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RFA 자유아시아방송은 2018년 새해를 맞아 북한 정세와 관련해 주요 현안별로 한 해를 전망해보는 신년기획인터뷰를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한반도 시간으로 매주 목요일 다섯 차례에 걸쳐 마련한 신년기획인터뷰, 오늘은 그 세 번째 순서로 '북한의 대남정책 전망'에 대해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서울의 김은지 기자가 전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습니다.
김은지 : 교수님 안녕하세요.
전현준 : 네 안녕하세요.
김은지 : 북한은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에 많은 비중을 할애하며 이례적으로 한국에 대해 유화 행보를 보였는데요. 신년사의 이 같은 언급을 볼 때 올 한해 북한의 대남정책을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전현준 : 단기적으로 보면 낙관적일 것 같습니다. 현재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회담이 이뤄지고 있고 북한이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경우 남북관계는 상당히 진전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4월 한미연합군사훈련을 계기로 북한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미국과 한국이 강경 대응할 경우 북한 역시 강하게 맞서는 그런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은지 : 실제 북한은 신년사 이후 평창 올림픽과 남북대화를 활용한 국면전환을 모색하고 있는데요. 이는 한국 정부의 대화 제의에는 응하지 않은 채 핵능력 고도화 행보를 이어간 지난 해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전현준: 북한은 이미 핵 보유국임을 선언했고 김정은이 신년사를 통해 이를 재차 천명했습니다. '안보는 이제 튼튼하게 됐으니 앞으로는 민생경제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추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태도를 취하며 앞으로 핵무기 숫자만 늘리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안보를 지키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평창 올림픽 참가를 선언함으로써 남한과 공조를 이루고 민족이 함께 발전해나가자고 제안했는데 이는 남한과의 공조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이루고 나아가 북미대화 재개까지도 염두에 둔 행보로 보여집니다.
김은지 : 북한이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황에서 경제건설에 집중하기 위해선 국제사회의 전방위 제재를 비롯한 경제문제가 반드시 해결돼야 하는데요. 정권수립 70주년을 맞는 올해 경제성과가 절실한 북한이 한국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전현준 : 북한은 가능하면 남북대화를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중국과 러시아를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민족'이라는 생각을 할 것 같고, 특히 정권수립 70주년을 맞는 올해 경제문제를 해결해 민생경제를 안정시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북한의 의도대로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남북관계를 개선함으로써 주변국의 대북제재를 일정 부분 완화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은지 : 북한은 최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을 문제 삼아 올해 들어 자제해 오던 대남 비난을 재개했는데요. 이에 따라 북한 대표단의 평창 올림픽 참가 논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전현준 : 일단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 자체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대남 비난을 한 것은 내부용으로 볼 수 있는데 우선 북한에도 강경파가 있을 것이고, 또 전격적으로 이뤄진 남북대화 분위기로 인해 동요하거나 지나치게 기대하는 세력이 있다는 판단에서 내부적으로 단속을 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보여집니다. 한편으로는 한미군사훈련이 재개될 경우 북한이 강경책을 쓸 수 밖에 없는데 그 경우 미국과 한국의 책임이 크다는 명분을 지금부터 쌓고 있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듭니다.
김은지 : 북한은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합의한 공동보도문 3항에서 '우리민족끼리의 원칙'에서 남북간 모든 문제를 풀자고 명시했는데요. 향후 열리는 남북 군사회담 등에서 북한이 이 원칙을 근거로 한미군사훈련 중단 등을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전현준 : 그럴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이 '성의를 다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는데 미국과 한국이 군사훈련을 재개함으로써 평화를 깨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미국과 한국 정부는 상당히 전략적인 판단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은지 : 지난 남북 고위급회담에서도 확인됐듯 북한은 여전히 한국과는 핵문제를 논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는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궁극적으로 북핵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방침과는 전면 배치되는 건데요. 북한의 의도를 어떻게 보십니까?
전현준 : '핵문제는 미국과 풀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은 북한이 과거부터 주장해온 겁니다. 미국의 침략을 막기 위해 핵을 개발했다는 것이 북한의 주장이고 따라서 핵은 미국용이자 핵문제 해결을 위해선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북한은 계속 고수해왔습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이 한국을 겨냥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유사시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을 사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만큼 남북이 대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반드시 논의해야 하고 동족인 남한을 향해 핵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한국 정부 역시 북한에게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김은지 : 앞서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더라도 북한이 반발하는 한미군사훈련이 4월에 재개되면 또 다시 남북관계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데요.
전현준 : 그렇습니다. 4월에 한미군사훈련이 재개되면 북한은 당연히 반발할 것이고 그럴 경우 남북대화나 남북관계도 또다시 중대 기로에 설 가능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오는 것은 물론 단발성에 그칠 수도 있지만 장기적인 목적에서 남북대화에 나선 측면도 분명히 있기 때문에 한미군사훈련이 재개되더라도 전면적인 남북관계의 중단으로 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 역시 자신들의 요구대로 미국과 한국이 군사훈련을 중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상황들을 모두 고려해 남북대화에 나온다고 한다면 한미군사훈련에 따라 일정 부분 위기도 조성되겠지만 한국 정부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남북대화가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김은지 : 북한이 올해 정권수립 70주년을 맞아 핵 보유국이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에 대해 보다 공세적인 행보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데요. 북한의 대남 도발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전현준 : 북한이 대남 도발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만약 북한이 도발할 경우 한국군이 현장에서 대응사격을 하도록 돼 있기 때문에 북한이 대남 도발을 감행할 경우 한반도 안보는 중대한 위기국면을 맞을 겁니다. 따라서 공해상에서 단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남한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도발을 북한이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북한 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점을 김정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향한 무력도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은지 : 교수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전현준 : 네 감사합니다.
앵커 : 자유아시아방송 신년기획인터뷰, 오늘은 세 번째 순서로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로부터 북한의 대남정책 전망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다음 주 이 시간에는 올 한해 북한의 경제정책을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와 함께 짚어보겠습니다. 많은 청취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