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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거리 핵 미사일 개발은 아직 요원하다고 미국의 저명한 핵 과학자가 밝혔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두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 실험과 3차례에 걸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시험 그리고 다른 핵 보유국의 사례를 종합할 때 북한의 장거리 핵 미사일 보유는 아직 먼 일이라고 지그프리드 헤커 전 미국 국립핵연구소 소장이 밝혔습니다. 헤커 박사는 미국 예술과학아카데미가 지난 9월 발간한 핵 과학 전문지 ‘세계 핵의 미래’ 최신호에 실린 ‘북한 핵 문제의 교훈’이란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핵 과학자로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수차례 직접 방문하기도 했던 헤커 박사는 이어 만약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에 핵 탄두를 장착하고자 한다면 시간은 줄일 수 있지만 추가 핵 실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과 관련해서도 북한이 지난 수십년간 우라늄 농축 실험을 해왔지만 아직 산업 규모의 우라늄 농축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무기 디자인에 관해서 정확한 정보는 없지만 핵 실험 결과를 볼 때 1945년 일본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과 같은 단순한 플루토늄 폭탄으로 초보적 수준이라고 추정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4~8개의 핵무기를 보유중인 북한이 매년 핵무기 1기를 만들 수 있는 플루토늄을 추가로 생산할 능력이 있지만 아직 이를 실행에 옮지기 않고 있다면서 현 상태에서 충분한 핵 억지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북한의 핵 정책이 과거와 달리 외부의 안보 불안보다는 국내적 요인에 더 좌우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핵무기가 북한 정권의 힘과 우월성을 주민들에게 강화해 정통성 확보에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북한 정권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선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가 작고 약하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핵보유국이라는 위상을 미국과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외교적 지렛대’로 이용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특히 북한에서 후계문제를 둘러싼 위기가 발생하면 핵문제 해결을 위한 미국과 북한 간 협력 가능성이 더 작아진다고 내다봤습니다. 새 지도부가 주민들에게 외부 세력의 압력에 약하다거나 미국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주길 꺼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핵무기가 이미 정권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여서 북한이 가까운 장래에 이를 포기하지 않을 거라고 헤커 박사는 전망했습니다.
북한 정권이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고 핵 보유를 정당화하는 데 외부로부터 위협을 이용하고 있지만 실제 외부의 위협이 제거되더라도 정권유지를 위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그는 설령 북한이 비핵화에 동의하더라도 과거 6자회담 때처럼 이행을 질질 끌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반면 북한의 핵 확산 시도가 제대로 통제되지 않고 있다며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북한이 시리아에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는 원자로를 지어준 데 이어 리비아에도 고농축 우라늄 생산에 필요한 우라늄 헥사플루오라이드를 수출하는가 하면 파키스탄, 버마와 핵 협력도 의심된다는 겁니다.
헤커 박사는 또 중국의 비협조로 북한의 핵 포기를 강제할 방안도 마땅치 않다면서 미국과 한국이 장기 전략을 세워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는 시간이 북한 편이 아니라며북한에 가장 큰 위협은 주민들을 영원히 외부 세계로부터 차단할 수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