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유럽의 한반도 전문가인 루디거 프랑크 박사는 북한의 핵융합 성공 주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체제에 도전하는 불만 세력에게 김위원장의 건재를 과시하려는 노력이라고 12일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오스트리아의 빈대학 동아시아 정치경제학 교수인 루디거 프랑크 박사는 북한이 12일 자체적으로 핵융합 반응에 성공했다고 보도한데 대해, 집권 초기부터 발생한 대기근과 잇딴 경제개혁의 실패 등으로 김 위원장의 권력 장악력이 매우 약해졌다면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프랑크 박사: 핵무기는 16년 집권기간 중 김위원장이 유일하게 성공한 것입니다. 김일성 주석에 대한 향수를 갖고 있는 북한 주민들에게 적어도 핵을 보유한 강국이 되었다는 것을 재확인 시키고 국내 정권 장악력을 다지려는 것이죠.
프랑크 박사는 현재 다국적 조사팀이 원인을 조사하고 있는 천안함 사건이 김위원장의 권위를 약화시키고 권력을 승계하려는 북한 내부 세력이 김위원장의 지시없이 독자적으로 벌인 소행일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따라서, 김정일 정권의 안정을 원하는 중국이 김위원장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표시하고 경제 지원으로 내정의 기반을 다지도록 돕기 위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고 김위원장의 방중을 허락했을 수 있다고 프랑크 박사는 분석했습니다.
프랑크 박사: 물론 천안함 때문에 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몇 개월 쯤 연기할 수도 있었죠. 국제사회의 비난 위험을 감수하고도 이 예민한 시점에 방중을 허락한 것은 중국이 김 위원장을 북한의 유일한 지도자로 강력하게 지지한다는 것을 보여줄 불가피한 이유때문이 아닐까요? 중국이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죠.
김위원장의 권위에 도전하는 세력이 천안함을 침몰시켰을 수 있다는 주장의 근거로 이 사건이 최근 남북한 간의 군사 충돌이나 북한의 도발과는 다르게 의아한 점들이 있다고 프랑크 박사는 지적했습니다.
먼저, 체제 유지가 궁극적 목적인 김위원장은 전쟁을 원하는 강경파가 아니라 권력의 한계 내에서 경제 개혁을 시도하는 개혁가라고 프랑크 박사는 주장했습니다. 김위원장은 지금 반란 세력이 천안함 침몰 사건을 일으켰다고 밝히면 권력 장악력에 대한 의혹을 불러 일으키고, 자신이 지시했다고 주장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하는 곤란한 상황이라는 것이 프랑크 박사의 분석입니다.
또 다른 이유는 남북 관계에서 근래에 천안함 사건만큼 피해규모가 크고 심각한 사건이 없었는데 천안함 침몰 이전에 북한이 군사 경계 태세를 강화한 흔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프랑크 박사는 만일 김위원장이 한국의 군함을 공격하라고 지시했다면 분명 한국의 반격에 대비한 군사적 움직임이 있었어야 하는데 그런 징후가 포착된 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프랑크 박사는 ‘핵보유’가 체제를 지탱하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는 김위원장이 정치적 자살(political suicide)과 다름없는 핵포기를 선택할 가능성은 물론 없지만, 중국이 김위원장의 체면을 살려주고 지지했기 때문에 6자회담에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이 김위원장을 지지함으로써 북한이 공공연한 권력 투쟁을 피할 수 있었다면, 권력에 대한 또 다른 도전을 막기 위해 불복종 세력에 대한 정치적 숙청이 있을 수도 있다고 프랑크 박사는 분석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