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30년 넘게 한국 외교 관리로 재직하면서 북한 핵문제 등을 다뤄 온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이호진 초빙연구위원은 북한이 단기적으로 핵무기 포기와 관련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긴 어렵지만 결국 김정은 후계체제의 공고화를 위해서라도 핵문제와 관련해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지난 8월 핀란드 주재 한국 대사를 끝으로 한국 외교통상부를 떠난 이호진 연구위원의 견해를 양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
양: 이 연구위원님은 1970년대부터 외교 관리로 재직하면서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안보와 군축, 비확산 문제를 다루셨는데요. 북한에서 김정은 후계체제가 공식화되면서 6자회담으로 대표되는 북한 핵협상이 진전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십니까?
이: 핵 협상 진전에는 아직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북한 내부에는 경제 문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문제 등이 남아 있어 북한은 우선 체제 안정에 신경을 쓸 것으로 봅니다.
양: 지금 북한이 직면한 문제로 체제 안정, 경제적 어려움 등을 지적해주셨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좀 변화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이: 북한이 변화된 모습을 보인다면 핵문제에 진전을 가져올 수 있는 신호를 보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다만 무엇인가 김정은 체제가 굳혀져 가면서 북한도 변화하지 않으면 더 이상 생존이 어렵다는 그런 엄중한 시점에 직면할 것으로 봅니다. 아직 김정은 체제의 안정성이라든가 새로운 정책을 가늠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뭔가 큰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양: 2012년까지 북한이 주창하는 강성대국을 이룩하고 김정은에게 권력을 안정적으로 승계하려면 북한의 경제 살리기가 급선무일 것 같습니다. 북한이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대북 투자가 절실하고 이를 위해서 북한은 핵문제에 있어 어느 정도 양보를 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 1994년 김일성 사후에 북한이 직면한 절체절명의 과제는 체제 생존이었고 이를 위해 북한은 핵개발을 계속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조금 모순이 있는데 북한은 핵개발 문제로 국제사회의 제제를 받고 있습니다. 국제사회는 핵 문제의 진전이 없이는 북한에 일체 경제지원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중국을 빼고는 북한을 도와줄 나라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경제를 살리지 않으면 김정은 후계체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뭔가 타개책을 마련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길은 핵문제를 해결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고 이런 방향으로 변화하지 않으면 북한의 계속되는 경제난은 해결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양: 미국 정부는 한반도 정세가 진전되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이고 북한이 2005년 9.19공동성명에서 약속한 핵 폐기와 관련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후계체제가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국의 대북 접근법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이: 미국의 대북 접근법에는 항상 한미 간의 사전 협의가 있었기 때문에 미국 단독의 접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북한 핵문제는 1980년대 말부터 미해결 문제로 남아있는데 그동안 한미 두 나라가 몇 가지 대북 전략을 구사한 바 있습니다. 그 때마다 북한은 약속을 지키지 않는 행태를 보였기 때문에 그로부터 한미 양국은 커다란 교훈을 얻었습니다. 따라서 이미 제시한 조건을 변화할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한미 양국이 내세운 조건을 북한이 충족시키지 않는 한 북한과의 대화는 어려울 것입니다. 대화를 위한 대화, 협상을 위한 협상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것이 미국 뿐 아니라 한국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MC: 북한 김정은 후계체제에 대한 브루킹스연구소의 이호진 초빙연구위원의 견해를 양성원 기자가 들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