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군축협회 "북, 핵 비확산 노력 낙제점"

0:00 / 0:00

MC:

핵무기의 감축과 비확산의 노력을 평가한 자료에서 북한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핵실험을 감행하고, 핵물질을 생산해 이를 다른 나라에 이전하는 등 국제적 기준을 위반하고 역행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핵무기의 비확산과 군비 축소의 진전에 관한 종합평가에서 낙제점인 ‘F'를 받았습니다. 미국의 군축협회(ACA: Arms Control Association)는 북한을 포함해 미국, 영국, 중국, 이란, 파키스탄 등 핵무기를 이미 보유했거나 보유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11개 국가를 대상으로 지난 18개월 동안 조사한 결과를 27일 발표했습니다.

rating_table-588.jpg
미국 군축협회가 27일 발표한 11개 국가의 핵비확산 노력 이행 성적표. (자료제공-ACA: Arms Control Association) (자료제공-ACA: Arms Control Association)

군축협회는 이날 발표한 ‘2009-2010 핵 비확산과 군축 성적표’에서 핵실험 금지, 핵물질 생산 중단, 핵무기 관련 수출 통제 등 10개 항목별로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 맞춰 핵무기의 비확산 노력을 충실히 이행했는지 여부에 따라 가장 높은 'A'부터 가장 낮은 'F'로 등급을 부여했습니다.

핵무기의 보유 능력을 유지하는 것으로 평가된 북한은 대부분 항목(7개)에서 낙제점인 'F‘를 받았고 3개 항목에서 ‘D’를 받아 종합적으로 핵 비확산에 관한 국제적 기준을 준수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나라(overall grade : F)로 선정됐습니다. 낙제점인 'F'를 받은 나라는 전체 11개 국가 중 북한이 유일합니다.

군축협회는 북한이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플루토늄을 생산했으며 주변국에 기술 이전과 핵위협을 계속하는 등 지난 18개월간 모든 국제적 기준과 의무를 위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미국군축협회의 데릴 킴벌 국장입니다.

Darly Kimball:

북한이 ‘F’를 받은 것은 놀랄 만한 일이 아닙니다. 북한은 핵물질 생산을 감축하거나 핵 물질, 기술 등을 다른 국가, 또는 테러집단에 이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는데요, 따라서 북한의 핵 비확산 체계를 확립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북한이 낙제점인 'F'를 받은 항목은 핵실험 금지, 핵물질 생산 중단, 핵 능력의 감축, 국제원자력기구의 보호조치 용인, 핵무기 관련 수출 통제 등입니다. 핵무기의 비확산에 관한 기준에 동참하지 않거나 오히려 이에 역행함으로써 아시아와 중동 지역 등에 핵 확산의 위협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킴벌 국장은 과거 북한이 6자회담의 합의에 따라 핵 비확산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핵물질의 생산을 중단하고 미국과 국제 감시단을 다시 받아들인 것 등은 다소 개선됐다고 할 수 있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더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번 종합평가에 참여한 미국군축협회의 피터 크레일 분석관도 북한이 핵물질의 생산을 재개하고 다른 국가에 이를 이전하는 일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후계체제에서 핵 문제 해결의 진전은 쉽게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 크레일 분석관은 최근 영변 핵시설의 활동을 비롯해 3차 핵실험의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미국군축협회는 미국과 러시아가 핵무기 감축에 관해 합의한 것은 큰 진전이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국가가 무기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거나 국제적 의무를 온전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프랑스, 영국, 중국, 러시아 등은 종합평가에서 가장 높은 점수인 ‘B’를 받았고 인도와 이스라엘, 파키스탄은 ‘C’, 이란과 시리아는 이보다 낮은 ‘D’를 받았습니다.

미국군축협회가 발표한 이 보고서는 미국의 정부 관리와 의회 관계자에게도 전달됐으며 이들도 이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