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1일 북한의 핵 문제와 관련해 얻은 한 가지 교훈은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습니다. 오는 11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날 발간된 핵과학전문지 핵과학자회보 9/10월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두 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 실험 뒤에 우리는 결국 북한과 대화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지난 12년간 국제원자력기구를 이끌어 온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북한과 이란, 이라크의 핵 개발과 관련한 교훈을 묻자 "특히 북한은 대화가 중요하다"며 "언제든 북한과 대화가 진행 중일 때는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갔지만 대화가 중단되기만 하면 상황이 나빠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어 제재를 핵 확산을 막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사용해 죄없는 시민들이 다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두 번째 교훈으로 들었습니다. 그는 "이라크의 경우 제재가 힘없고 죄 없는 시민의 식량과 의약품 공급을 막아 가장 심각한 인권 침해로 이어졌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따라서 "제재는 결코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지속적인 대화의 장을 확립하기 위해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또 자신이 무력의 사용에 반대하진 않지만 "평화적인 해결을 위한 모든 가능한 방안을 소진한 다음에야 마지막 대안으로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라크전을 예로 들며 "이라크인 3명당 1명이 애초에 시작되지 않았어야 할 전쟁 탓에 삶을 송두리째 망쳤다"고 지적했습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핵 확산을 막기 위해 언제 군사력이 사용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매우 드물게 사용돼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란과 이라크의 예를 들며 "실제 핵 개발을 막기 위해 무력을 사용하고 해당 국가를 고립시키는 정책이 핵 프로그램의 포기 대신 확장을 가져왔다"고 지적했습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따라서 핵 확산을 막는 방안으로 "상호 존중에 기초해서 증세와 근본 원인을 함께 다스릴 수 있는 포괄적인 접근(comprehensive approach)의 유용성을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특히 "최대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500~1,000기 정도로 핵 탄두 보유량을 감축해야 다른 7개 핵 보유국이 핵 군축에 나설 것"이라며 북한을 영국, 프랑스, 중국, 이스라엘, 인디아, 파키스탄과 함께 7개 핵무기 보유국으로 언급했습니다. 반면 이란에 대해서는 "현재 핵 무기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라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며 핵 개발 의혹을 부인했습니다.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이어 "완전한 핵 군축을 위해서는 다자적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핵 보유국이 먼저 핵 감축에 나서는 모범을 보임으로써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엘바라데이 사무총장은 많은 사람이 원자력 발전의 세계적 확산을 뜻하는 '원자력 부흥(nuclear renaissance)'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자신은 한 번도 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약 50개 국가가 핵 발전소를 건립하길 원한다고 국제원자력기구에 밝혔지만 실제 핵 발전소를 건립한 나라는 많지 않다"며 "터키, 인도네시아, 베트남은 지난 20년 동안 핵 발전소 건립을 얘기만 했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40~50억 달러에 이르는 원자로는 작은 나라가 감당하기엔 큰 부담"이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