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외교 “북, 96년부터 우라늄 농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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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북한이 1996년부터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작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6일 연합뉴스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유 장관은 이 같이 말하면서 ‘북핵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우라늄 농축 문제도 의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확실한 것은 북한이 농축 우라늄 개발을 상당히 일찍 시작했다는 점”이라면서 그 시점을 “1996년”이라고 못박았습니다.

그간 한국과 미국의 정보 당국은 북한이 고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개발을 추진한 시점으로 ‘1990년대 중반’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온 걸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이날 유 장관의 입을 통해 그 시점이 1996년으로 구체화된 겁니다.

유 장관이 언급한 1996년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동결한 다음 KEDO, 즉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와 경수로 공급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던 시기입니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영변에 있는 낡은 시설에서 생산하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 프로그램과 비교할 때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은 개발 현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은 필요한 시설의 규모가 작고 시설을 분산해 은닉할 수 있기 때문에 외부의 감시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영변 핵시설을 완전히 폐기하더라도 우라늄 농축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북한의 비핵화는 요원한 과제로 남게 됩니다.

유명환 장관은 북한이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작한 시점을 ‘1996년’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함으로써 앞으로 해결해야 할 북핵 문제가 플루토늄뿐 아니라 우라늄도 있다는 걸 공개적으로 각인하는 효과를 가져온 셈입니다.

이에 덧붙여 유 장관의 이번 발언은 6자회담의 의제를 선점하는 의도도 갖고 있는 걸로 분석됐습니다.

북한이 6자회담에서 평화체제의 설립 문제를 먼저 논의하자고 나오는 만큼,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요구에 맞불을 놓을 필요를 느낀 걸로 보인다고 북한대학원대학교 양무진 교수는 해석했습니다.

양무진: 북미 간의 평화협정을 비롯한 평화체제 논의에 제동을 걸면서,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북한의 비핵화 문제, 다시 말해서 농축 우라늄의 핵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걸 강조하는 차원이 아닌가 분석합니다.

지난해 9월 북한은 “우라늄 농축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결속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도 6자회담의 의제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자체의 경수로 건설과 핵연료 보장”을 위해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에 앞으로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은 같은 논리로 맞설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습니다.

북한은 파키스탄의 압둘 카디르 칸 박사로부터 도움을 받아 1990년대 중반부터 고농축 우라늄 개발을 추진했으며, 1999년부터는 원심분리기 제작용 물자를 도입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특히 북한은 2002년 러시아로부터 140톤의 고강도 알루미늄을 도입한 걸로 알려졌으며, 이는 최소 2천600개의 원심분리기를 제작할 수 있는 분량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북한이 필요한 기술을 이미 확보했다면, 원심분리기 2천600개로 매년 최소 60kg의 무기급 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유명환 장관은 북한의 우라늄 농축 수준이 “현재 어느 단계인지, 그리고 농축 우라늄을 얼마나 갖고 있고 얼마나 무기화했는지 등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