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서울을 찾은 미국의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북한의 우라늄 원심분리기 설치와 공개 등의 행위를 ‘심각한 도발’이라고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행동이 놀랄만한 일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보즈워스 대표가 21일 밤 서울을 찾았습니다. 북한이 최근 고농축 우라늄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원심 분리기를 공개했다는 미국 언론의 보도가 나온 직후입니다.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의 이 같은 행동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 1874호와 2005년 9.19 공동성명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22일 오전 외교통상부를 찾은 보즈워스 대표입니다.
보즈워스:
이것은 명백히 실망스러운 발표(disappointing announcement)이고 북한의 또 다른 도발적인 행위(another in a series of provocative moves)입니다. 북측은 9일부터 13일까지 방북한 미국의 핵 전문가인 헤커 박사에게 영변에 있는 우라늄 농축시설의 원심 분리기를 공개했습니다.
헤커 박사는 21일 자신의 북한 방문 보고서에서 “2,000개의 원심 분리기가 설치됐다는 현대식 우라늄 농축시설을 둘러봤다”면서, 이는 고농축우라늄을 연간 최대 40kg까지 생산할 수 있는 규모라고 주장했습니다.
핵무기는 플루토늄 추출이나 우라늄 농축을 통해 제조할 수 있으며, 원심 분리기는 우라늄을 농축하는 데 필요합니다. 그간 북한은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실험을 두 차례 실시한 바 있습니다.
한미 양측은 북한의 원심 분리기 설치와 공개를 ‘도발적’이라고 표현하면서도 위기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의 보즈워스 대표는 북한의 우라늄 프로그램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면서 이번 북한의 행동이 “놀랍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의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거기엔 새로운 게 없다”면서 “지난해에 이런 상황에 대해 이미 경고한 바 있고, 그게 바로 그랜드 바겐을 제시한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그랜드 바겐’은 ‘큰 흥정’을 뜻하는 용어로, 북한이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핵 프로그램을 폐기할 경우,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치 경제적으로 돕는다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미 양측은 향후 대처방안과 관련해 북한의 움직임을 보아가면서 6자회담 관련국들과 긴밀히 협의하기로 했습니다.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한의 우라늄 농축 문제도 의제로 삼을 것인지도 관련국 간에 논의한다는 방침도 설명했습니다. 한국 외교통상부의 김영선 대변인입니다.
김영선:
지금 새로운 진전된 사항이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6자회담 프로세스에서 어떻게 다룰 것인가 하는 것이 앞으로 관련국들 간에 보다 깊이 있게 다뤄져야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즈워스 대표는 6자회담의 재개 전망과 관련해 “예측하지 않겠다”면서도 “6자회담이 아직 살아 있으며, 소생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대북 추가 제재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앞으로 할 일과 하지 않을 일을 예단하지 않겠다”면서 말을 아꼈습니다.
이날 오후 보즈워스 대표는 일본으로 향했고, 중국을 거쳐 24일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입니다. 한국의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1박2일 일정으로 22일 중국을 방문해 북핵 문제에 대한 양측의 입장을 조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