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최근 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중국과 북한이 '편리한 시기'에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말한 데 대해 미국 전문가들은 북∙중 정상회담을 논의하기에 이르다는 뜻이라고 풀이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최근 전국인민대표회의가 열리는 베이징에서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양측 간의 ‘편리한 시기’가 언제인지 봐야 한다고 답하면서 회담 성사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전문가들은 11일 왕 외교부장의 발언이 곧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진지한 신호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Bonnie Glaser) 선임연구원은 조만간 정상회담이 열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글레이저 선임연구원 : (정상회담이) 임박했다는 분석은 왕 외교부장의 말을 잘못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황이 호전되면 만나겠다는 말입니다. 지금은 '편리한 시기'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있는 거죠.
북한이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이 기대하는 6자회담을 재개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중국은 북∙중 정상회담을 위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는 지적입니다.
글레이저 박사는 중국은 북한이 러시아, 일본 등과 대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해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외교 정책은 장기적인 전략으로, 그 때 그 때 전술적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설명입니다. 중국은 당분간 북한과 경제 교류를 지속하는 반면 정치적으로는 소원한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는 분석입니다.
따라서, 오는 5월 러시아 전승 70주년 행사에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시 주석이 함께 참석하더라도 의례적인 만남 이외에 의미 있는 대화는 없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했습니다.
미국 워싱턴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동아시아정책센터의 리처드 부시(Richard Bush) 박사도 의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진정한 의미의 북∙중 정상회담은 가까운 시일 내에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부시 박사 : 북한 측에 정중하게 정상회담을 할 수 없다는 말을 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지금으로서는 북한과 정상회담을 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 중국이 (북한과 정상회담을 할) '편리한 시간'이 없을 것이라는 말이죠. It could also just be a polite way of saying 'no' to North Korea because China would never find a convenient time to find a 'convenient time'…
브루킹스연구소의 조나단 폴락(Jonathan Pollack) 박사도 왕 외교부장의 말은 정상 회담을 할 수 없다는 완곡한 표현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이 원하는 북한의 비핵화나 경제개혁과 북한이 추구하는 핵과 경제 병진노선은 여전히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특히 중국과 북한 간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 장성택 처형은 중국의 심기를 상당히 불편하게 했다는 분석입니다.
한편,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북한의 조선중앙통신(KCNA)이 중국을 언급한 횟수는 지난해 10월20회로 전년도 같은 기간의 70회에 비해 1/3이하로 급격히 감소했다고 밝혀 김 제1위원장 집권 후 소원해진 양국 관계를 반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