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관계악화로 화교들 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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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북한 당국이 북한 내 화교들에 대한 통제를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화교들이 조금만 의심스러운 행동을 해도 즉시 구금하고 심지어 고문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중국을 드나들며 생계를 이어가는 북한 화교들 속에서 신변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북·중 관계가 악화된 이후 북한당국이 특별한 이유 없이 화교들을 체포, 구금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북한 내 중국 영사관들은 손을 놓고 관망만 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7일 “함경북도 화교위원회가 청진시 포항구역에 있는 화교학교에서 올해에만 벌써 세 차례에 걸쳐 화교회의를 조직했다”며 “회의에서 조·중 관계에 해를 주는 행동은 용납되지 않으며 적발될 경우 엄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내렸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회의는 화교위원회 간부들과 국가안전보위성 외사과 요원들이 주도했다”며 “함경북도 화교위원회나 청진시 주재 중국영사관은 이름만 내걸었을 뿐 실제 화교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화교회의에서 거론된 ‘북·중 관계 훼손 행동’은 우선 중국을 방문한 화교들이 북한 내부사정에 대해 주위 사람들에게 함부로 발설하는 행위, 그리고 돈을 받고 한국 등 외국 정보기관들에 북한내부의 비밀자료들을 넘기는 행위를 꼽았다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이 뿐만 아니라 돈 많은 화교들의 풍기문란 행위, 간부들을 매수해 부당한 이득을 챙기는 행위도 전부 북·중 관계를 훼손하는 행동으로 지적되었다”며 “한마디로 화교들은 아무 것도 하지 말고 집안에 조용히 처박혀 있으라는 의미였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와 관련 함경북도의 또 다른 소식통은 9일 “얼마 전 나남구역에 사는 60대 초반의 화교가 중국을 다녀 온 후 보위부에 끌려가 조사를 받았다”면서 “중국을 방문할 때 출국비자에 기재된 목적지를 벗어난 것이 화근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최근 중국을 드나들던 청진시의 한 화교는 보위부에 끌려 간 뒤 집과 재산을 모조리 몰수당했다”며 “후에 숱한 뇌물을 먹이고 석방돼 집은 되찾았으나 집안에 있던 값비싼 가구들과 가전제품들은 하나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또 “올해에만 청진시에서 9명의 화교가 보위부에 끌려가 무릎에 각목을 끼고 꿇어앉는 등 심한 고문을 당했다”며 “화교들의 경우, 권력기관들이 뇌물을 챙기기 위해 일부러 죄를 만들어 구속하는 사례가 많아 화교들은 한시 바삐 북·중 관계가 회복되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