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중해도 관계 전면개선 어려워”

역사적 관점에서 본 북중관계에 관한 토론회가2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렸다.
역사적 관점에서 본 북중관계에 관한 토론회가2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에서 열렸다. (RFA PHOTO/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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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내년 봄 중국을 방문하더라도 북중 양국 지도자 간 뿌리깊은 불신 탓에 양국관계 전면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박정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최근 류윈산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의 북한 방문을 계기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내년 봄 방중 가능성과 그동안 소원했던 북중관계 복원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설령 김 제1비서가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갖더라도 일종의 외교적인 전시성 행사에 그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중국의 저명한 냉전사 관련 역사학자로 북중관계 전문가인 화둥사범대학교 선즈화 (심지화, 沈志華) 교수는 2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이같이 주장했습니다.

선즈화 :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제1비서의 중국 방문을 실제 초청했다고 하더라도 전면적 북중관계 개선을 염두에 뒀다기보다는 단지 양국관계가 약간 개선됐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합니다.

선 교수는 김 제1비서의 방중과 관련해 어떤 정보도 없다면서도 북중 양국 지도자 사이에 자리잡은 뿌리깊은 불신을 그 근거로 들었습니다.

중국이 1992년 당시 한국과 외교관계를 맺기 직전, 중국을 방문한 김일성 주석에게 한중수교 계획을 전면 부인했지만 결국 거짓말로 드러났다는 겁니다.

선즈화 : 북한은 한중수교로 덩샤오핑과 장쩌민 등 중국 지도자들이 북한의 지도자들, 김일성과 김정일을 배신한 걸로 느꼈습니다. 이 기억은 이후 북중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그는 마찬가지로 김 제1비서가 집권 뒤 중국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서 중국 지도자들 역시 북한에 배신당했다고 느꼈을 거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처럼 북중 양국 지도부 사이에 각인된 ‘배신 트라우마’, 즉 배신의 기억 탓에 설령 김 제1비서가 내년 봄 시 주석을 만나더라도 양국 관계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