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북한은 중국의 약점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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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는 지난 27일 통일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은 중국의 약점을 알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는데요. 이게 어떤 의미인지 살펴봅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이 중국에 자주적인 것은 사실이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의 말입니다. “중국은 북한을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도 말합니다.

이는 중국의 경제적 도움이 없으면 생존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는 북한 정권이 ‘한반도 비핵화’를 요구하는 중국의 면전에서 지난 한 해 동안에도 두 차례나 핵 실험을 한 상황을 빗댄 발언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태영호 전 공사는 북한이 중국의 “약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중국은 북한을 미국에 대항하는 완충지대로 활용하고자 하기 때문에 북한이 중국에 배짱을 부려도 어찌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태 전 공사는 “중국이 결심만 한다면 북한 정권을 끝내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중국은 압록강과 두만강으로 다가올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미국이라는 물리적 존재를 막기 위해 김정은 정권을 비호하고 있으며, 북측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북한이 중국과 미국 사이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견해가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북한의 외교정책과 대외관계를 잘 알고 있는 외무성 출신 고위급 탈북자가 내놓은 분석이어서 서울에 있는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도 주목합니다.

강인덕 전 통일부 장관: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 지역은 중국의 동북지방, 내몽골, 그리고 베이징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대륙을 방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완충지대입니다. 이런 안전보장상의 이유로 북한과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것입니다.

한편, 북중 간 정상급 교류가 단절된 원인으로 태 전 공사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꼽았습니다. 태 전 공사는 “북한이 핵무기를 갖겠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한 것은 중국의 뺨을 친 것”이라면서 “핵무기라는 걸림돌이 있는 한 김정은의 중국 방문은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정일은 생전에 최고지도자 신분으로 중국을 8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김정은의 방중은 집권 후 지난 5년 동안 한 차례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